2016.02.10 01:26 PM
By 노승현
최근 LA의 대형교회인 ANC온누리교회의 유진소 목사가 부산의 대형교회인 호산나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나 유진소 목사가 왜 현재의 교회를 떠나 호산나교회로 옮기기로 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호산나교회도 대형교회지만, ANC온누리교회도 그에 못지 않은 대형교회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큰 교회로 옮겨가는 모양새가 아니다.
특히 ANC온누리교회는 유진소 목사가 직접 개척한 교회로,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교회 차원에서 아주 의미 있는 해다.
유진소 목사는 대형교회에 중간에 부임한 형태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교회를 개척해 이 교회에서 20년 동안 피땀을 흘렸고, 또 하나님의 축복으로 인해 현재의 대형교회에 이른 케이스다. 그에게 애착이 갈 수밖에 없는 교회다. 그래서 교회를 떠날 이유가 크게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왜 ANC온누리교회를 떠나 호산나교회로 가는 것일까?
유진소 목사는 지난 5일 미주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산나교회의 청빙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이 인터뷰 기사는 8일 보도됐다.
유진소 목사의 호산나교회 청빙 소식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그가 지금의 교회를 떠나 호산나교회로 갈만한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교회를 너무 사랑해서 떠난다"면서 "나중에 퇴임하면 다시 이민교계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 목사는 특히 이번 호산나교회 청빙 수락이 다른 교회를 깨우기 위한 뜻이 있었음을 먼저 넌지시 드러냈다.
유 목사는 "3월이면 20주년"이라면서 "개척 때도 그랬지만 '롤모델'이 되는 교회가 됐으면 했다. 조금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른 교회를 깨울 수 있는 그런 교회를 마음에 품어왔다. 롤모델의 역할로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게 '떠남', 리더십의 교체"라고 말했다.
유 목사는 "오늘날 이민교회에서 얼마나 많은 교회가 원로목사와 후임 사이의 갈등으로 고통을 겪나. 나는 내가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이 교회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민교회는 1세 목회자가 하기 힘든 어떤 한계 같은 게 있다. 영어가 많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언어 문제가 그랬다. 그래서 2011년에 1.5세인 김태형 목사를 세워 '공동목회'라는 시스템으로 갔다"면서 "그러나 그때부터 내 스스로 갈등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교회에서 어느새 나는 중요한 인물이 됐다. 쉽게 말해 ANC온누리교회 하면 '유진소 목사'였다. 교인들도 내가 강단에 올라오면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다"면서 "이게 우리 교회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교회는 새로운 출발과 변화가 필요했다. 고민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사역을 놓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 한창 목회를 해야 할 나이인데, 원래는 다른 교회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아예 현재의 교회에서 스스로 물러날(조기은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는 것. 이는 원로목사가 담임목사를 밀어내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과는 완전히 딴 판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중 한국에서 청빙 요청이 왔고, 그는 이를 하나님의 기도의 응답으로 받아들인 듯 하다.
유 목사는 호산나교회와 ANC온누리교회에 대해 "사실 교회 규모로 보면 별 차이는 없다"면서 "나는 이제 55세로, 호산나교회 정년이 65세다. 10년 정도의 시간만 주어졌다. 난 잃을 게 없지 않나. 한국교계가 어려운데 이럴 때 목사로서 본을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더 가슴이 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 목사는 호산나교회에 대해서는 "그 교회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 들었다. 안정을 추구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다음 지도자를 잘 세우는 역할을 요구하는 게 아닐까. 이곳에서 김태형 목사를 공동목회자로 세웠던 것처럼 말이다"라고 했다. 호산나교회에 부임한 이후에는 어려운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지도자를 세우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유 목사는 ANC온누리교회를 떠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교인을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목회 재미가 없어서도 아니다. 난 이곳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고 이 교회를 너무나 사랑한다. 그래서 여기를 떠나는 것"이라면서 "내가 있으면 변화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호산나교회에서 은퇴한 후에는 다시 이민교회로 돌아올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완전히 정리하고 떠나는 게 아니다"면서 "다시 돌아와 가르치는 사역을 통해 이민교계를 돌아다니며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 목사는 마지막으로 "요즘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말만 하지 실제로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모른다. 난 하나님 앞에서 목사도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면서 "또, 목회에는 기본적인 상식과 룰이라는 게 있다. 그 안에서 역할에 충실했다는 목사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빠르면 오는 3월 한국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