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8 11:24 PM
By 노승현
이란에서 지난해 마약 관련 죄목으로 한 마을 성인 남성 전원이 무더기로 처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이란 당국이 전반기인 6개월 동안에만 처형 선풍 속에 약 700명을 처형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가운데 이 마을 성인 남성 전원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700여명에 달하는 처형 규모는 2014년 한해 집행된 전체 처형 건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해 들어 사형 집행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9일 가디언과 포린폴리시(FP) 등에 따르면, 샤힌도흐트 몰라베르디(Shahindokht Molaverdi·여) 이란 여성 및 가족 담당 부통령(vice-president for women and family affairs)은 지난주 이란 반관영 메흐르(Mehr)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마약 밀매로 한 마을의 모든 성인 남성들이 처형됐다"고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처형은 대부분 남부에 위치한 시스탄-발루치스탄(Sistan and Baluchestan) 주(州)의 한 마을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소나 처형자 수, 처형이 한꺼번에 동시에 이뤄졌는지 또는 시차를 두고 오랜 기간 동안 집행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수백명이 처형당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몰라베르디 부통령은 이란 당국이 남부 지역의 마약 밀매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부통령은 이어 이란 사회가 이 같은 처형으로 가장을 잃은 가족들을 부양할 책임이 있다면서, 이들을 돌보지 않을 경우 결국 마약 밀매에 종사할 수밖에 없고 결국 동일한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처형자들의 자녀들이 잠재적 마약 밀매자이며, 보복할 길을 찾고 있고, 가족 부양을 위한 돈벌이에 나서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아직까지는 정부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에 충격적인 마을 성인 남성 전원 처형 사실이 알려진 시스탄-발루치스탄 주는 파키스탄 및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해 있는 이란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마약(아편)의 주요 밀매 통로가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들 지역의 마약 밀매를 단속하던 이란 경찰 4천여 명이 살해되는 등 치안도 아주 심각한 상태다.
AI는 이란이 작년 1∼11월 830건의 사형을 집행됐고 전반기에만 약 700명이 사형당해, 구체적인 수치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사형 집행국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014년에는 최소 753명이 사형을 당했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마약 밀매범이라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