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9 03:56 PM
By 노승현
29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시내 한복판에 있는 한 지하철 역 부근에서 어린아이의 잘린 목을 들고 "알라후 아크바르(Allahu Akbar,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한 이슬람 여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여성이 정신병자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정신병자가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온 뒤 과격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또 여성이 참수한 아이는 장애가 있는 아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힘없는, 그것도 장애를 가진 아이를 끔찍하게 살해한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최초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모스크바 시내 옥티야르브르스코예 폴레(Oktyabrskoye Pole) 역 부근에서 부르카 복장 차림의 한 여성을 검문했다. 부르카는 얼굴만 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휘감아 전신을 가리는 복장이다.
그러자 이 여성은 경찰 검문에 갑자기 가방에서 어린아이의 잘린 목을 꺼낸 뒤 "알라는 위대하다"고 소리질렀다.
이 여성은 또 "나는 당신을 살해할 것이다 이 세상의 종말이 오고 있다. 나는 민주주의를 혐오한다. 나는 테러리스트다. 나는 당신에게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를 것이다. 나는 곧 죽을 것이다"고도 했다.
영국 일간 미러지는 러시아 지역 언론들을 인용한 후속 보도에서 굴체크라 보보쿨로바(Gulchekhra Bobokulova·39)라는 이름의 이 우즈벡 출신의 무슬림 여성은 이전에 한 번도 히잡을 두른 적이 없는 평범한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이 여성은 가정부(보모)로 일하면서 희생자 여아이의 집에서 함께 생활해왔으며,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한 번도 히잡이나 이슬람 전통 복장을 입은 적이 없으며 운동복을 입고 생활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여성이 참수한 여자 아이는 4세로 장애가 있는 아이였다.
여성은 가정부로 일하기 위해 우즈벡에서 러시아로 왔으며, 원래는 희생자 여자 아이의 집이 아닌 인근의 다른 집에서 일했었다. 하지만 이후에 희생자 여아의 집에서 일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이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가정부로 일해왔다.
희생된 여자 아이의 이름은 아나스타샤 메슈체리야코프(Anastasia Meshcheryakov, 나스타 M(Nastya M)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로, 4세 장애아인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보보쿨로바가 여아의 부모가 15살 된 아들과 함께 아파트를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이들이 집을 나서자 여아를 살해했으며 이후 방화를 저질렀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희생자 가족의 한 친구는 보보쿨로바가 나스타가 아기였을 때부터 함께 살았다고 말했다.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 등은 최근 보보쿨로바가 고국인 우즈벡에 다녀왔는데, 이 과정에서 과격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보쿨로바는 지난 1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우즈벡에 다녀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식통들은 보보쿨로바에 대해서는 "친절하고 겸손한 여인이라는 인상을 주었고, 한 달 전에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우즈벡에 다녀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추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우즈벡에서 돌아온 후, 의심이 가거나 이상한 것이 없었으며, 이전처럼 계속해서 일을 했다"고 말했다
미러에 따르면, 희생당한 소녀의 부모는 집에 불이 난 사실을 알고 딸의 시신을 찾기 위해 뛰어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부의 10대 아들은 학교에서 여동생의 소식을 들은 후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도 딸의 참수 소식을 들은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오르욜 지역에서 모스크바로 이사온 이들 가족은 현재의 아파트를 10년 장기 임대해 생활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족의 친구들에 따르면, 무슬림 가정부는 집 주위에서는 한 번도 히잡을 두른 적이 없었다.
이들은 "집에서는 드레싱 가운이나 운동복을 입었다"면서 "매일 이슬람 전통복장이 아닌 일반적인 옷을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옷장(캐비넷)에 히잡을 두고 있었지만, 아주 가끔씩 입었을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가족의 친구들은 이 무슬림 보모에 대한 사진을 보고 충격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러시아 수사 당국은 무슬림 보모가 정신병자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었다.
러시아 수사위원회의 대변인은 이 사건과 관련, "정확한 살해 동기는 알지 못하지만 이 여성이 숨진 아이의 부모가 큰 애를 데리고 외출한 뒤 아이를 살해하고 불을 지르고 현장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었다.
또 "억류된 여성의 비정상적인 행위를 고려해, 정신감정과 법의학자의 소견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수사위원회는 용의자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