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3 06:28 PM
By 이재경
"식별하고 폭로해 대응할 것"...거래 증거 확보에 정보력 집중 전망
유엔결의 위반시 안보리에 문제제기...독자제재에 '小다자' 공조 관측
미국의 공개적인 사전 경고에도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 거래를 위한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무기 거래 성사로 북러 양국의 군사 능력이 증대되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유럽의 안보 상황이 악화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안보 지형에도 일정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존 커비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 "만약 그들이 일종의 무기 거래를 추진하기로 결정하면 우리는 분명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미국이 여전히 가정법을 쓰는 것은 일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회담에서 무기 거래에 대한 공개적인 발표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실질적인 대응은 일단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찾기에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북러 정상간 만남 자체가 제재 위반은 아닌 만큼 실제로 제재 위반 사항을 확인하는 데 정보력을 집중할 것이란 의미다.
실제 미국은 북러간 무기 거래에 대해 밀착 감시하면서 수시로 정보를 공개하고 그에 따른 제재 조치를 취해왔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말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인 바그너 그룹에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을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북한이 부인하자 올 1월 무기 전달 상황과 관련한 위성 이미지를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NSC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북러간 무기 거래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면서 ▲ 러시아의 대북한 군사협력 증대 모색(8월3일) ▲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서한 교환(8월 30일) ▲ 북러간 정상급 외교접촉 가능성(4일) 등의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북한과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우린 북한 또는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는 기타 국가로부터 군사장비를 획득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계속 식별하고 폭로하고 대응해 나갈 것"(커비 조정관)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은 북러간 무기 거래를 둘러싼 실질적인 동향이 확인될 경우 이를 공개하면서 대응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응과 관련, 러시아도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다수의 결의를 통해 북한의 무기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북러간 정부 차원에서 무기 거래가 확인될 경우 미국은 동맹·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안보리 차원의 대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이어서 안보리 차원에서 실질적인 새 제재를 부과하긴 불가능하지만 이른바 '네이밍 앤 쉐이밍'(naming and shaming·공개적으로 이름을 거론해 망신주기)을 통해 러시아의 이중성을 국제사회에 부각해 러시아에 대한 비난 여론을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은 동시에 독자 및 다자 차원의 제재 조치도 연쇄적으로 취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적인 조치와 관련, 미국은 대북 및 대러 제재를 위반한 개인·단체를 지속해 제재하고 있으며 나아가 북한이 무기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 사이버 등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다자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포탄 등을 제공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전황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지만, 이로 인해 전쟁이 길어질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무기지원에 부정적인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미국 내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에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한국의 계산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러 무기 거래에 따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제고에 대응해서는 한국, 일본 등 역내 국가와 공조를 통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 일본과 양자적인 협의는 물론 지난 8월 합의한 '위기시 협의' 공약에 따라 한미일 3국 정상간 채널도 가동될지 주목된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외교적 대응과는 별개로 전략자산 추가 전개, 연합 군사훈련 증대 등을 통한 대북 억제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핵잠수함, 군사위성 등의 첨단기술을 받을 경우 북한의 위협 수준이 차원이 달라진다는 점에서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회담 장소를 보면 푸틴이 김정은의 군사 위성 프로그램을 도울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김정은이 러시아의 태평양 함대를 참관할 것이란 사실은 러시아가 잠수함 기술도 협력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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