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9 11:21 PM
By 이재경
WSJ "구호 빼돌리고 세금 징수해 수천만달러 확보"
미 '빼돌리지마' 경고...이란지원 포함하면 수입 수억달러
이스라엘을 대규모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자금을 군사 작전을 위해 빼돌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가 완화된 이후 하마스가 경제활동에 세금을 부과하고 인도적 지원을 빼돌려 수천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전현직 서방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년간 더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이로 인해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세금을 인상할 수 있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에 상업용 물자 반입을 허용해 기업들의 수출입을 도왔다. 팔레스타인 언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담배 등 수입품에 세금을 매기고 기업에는 수수료를 부과했다.
카타르는 미국의 요청으로 매달 수천만달러를 가자지구에 지원했다. 지원금 대부분은 지원이 필요한 가정에 전달됐으며 일부는 정부에서 일하는 하마스 조직원들의 급여로 지급됐다고 WSJ은 보도했다.
하마스가 기습 공격한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사망한 한 무장대원은 팔레스타인 내무부로부터 받은 급여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정부 급여는 대부분 카타르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무장대원들이 버리고 간 픽업트럭 중 한 대에선 유엔아동기금의 구급상자가 발견됐다.
특히 전현직 서방 정보 당국자들은 서방 정보에 따르면 하마스가 카타르의 일부 지원 자금을 군사 작전을 위해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WSJ에 말했다.
카타르 정부의 한 당국자는 가자지구 지원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유엔, 미국과 조율하고 있으며 엄격한 안전장치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하마스 대변인 하젬 카셈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데 사용되는 자금이 하마스 군사 조직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자금 출처에 대해선 언급을 거부했다.
국제사회는 유엔 산하 기관들이 가자지구에서 운영하는 학교와 병원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돕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2년까지 하마스가 수단,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기업들을 포함해 5억달러(약 6천770억원) 상당의 해외 기업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현직 서방 당국자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특히 유럽에서 자신들이 통제하는 자선단체들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모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87년 창설된 하마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승리한 뒤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집권 정파 파타는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밀려났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하마스의 통치가 단기간에 끝나길 바라며 예산의 3분의 1을 가자지구 의사와 교사 급여 지급 등에 계속 배정했다.
가자지구의 학교와 병원 등도 유엔 기구들과 수년간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하마스의 통치가 끝나길 바라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하마스는 자체 공무원과 경찰을 고용하기 시작했고 세금 체계도 만들었다고 WSJ은 전했다.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에서 활동 중인 매슈 레빗 전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2007년 이후 달라진 점은 (하마스가) 영토를 통제해 과세와 갈취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연구 결과 하마스가 매년 수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은 이란에서 나오고, 그다음은 가자지구에서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란은 그동안 하마스의 자금줄로 지목돼 왔다.
이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란이 하마스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은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서방 당국자들은 이란이 하마스에 무기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최근 몇 년간 하마스의 군사 작전을 위해 매년 약 1억달러(약 1천350억원)를 지원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기자들에게 "이란은 하마스의 군사 조직에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해왔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이번 공격에 연루돼 있다"고 말했다.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민간인들에게 1억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하마스에 인도적 지원을 빼돌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를 단속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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