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4 01:15 PM
By 이재경
유엔 총장 "팔' 56년간 점령에 시달려" 발언에 이스라엘 측 강력 반발
구테흐스 "팔' 슬픔 이해하나 공격 정당화 안돼...팔' 전체 처벌도 안돼"
이스라엘대사 "총장 발언, 테러·살인 행위를 이해한다는 표현...충격적"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팔레스타인인의 슬픔이 하마스의 공격을 정당화하지 않으며, 동시에 하마스의 공격 때문에 팔레스타인인 전체가 처벌받아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측은 구테흐스 사무총장 발언에 대해 테러와 살인 행위를 이해한다는 발언이라며 "충격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의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에는 원칙을 명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근본 원칙은 민간인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7일 시작된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과 납치, 미사일 공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테흐스 총장은 "하마스의 공격이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56년간 숨 막히는 점령에 시달려왔다"라고 언급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그러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슬픔이 하마스의 끔찍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공격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집단으로 처벌받아서도 안 된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 2주간 가자지구로의 포격으로 유엔 직원이 35명 이상 사망했다는 사실을 안보리 이사국에 알리며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가자지구 포격으로 민간인 사망자와 거주지 파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어 가자지구로의 제한 없는 구호물품 반입을 호소했다.
구테흐스 총장의 '하마스 공격은 진공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발언에 이스라엘 측은 강력히 반발하며 반박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구테흐스 총장 발언을 두고 "충격적"이라고 공격했다.
에르단 대사는 "'하마스 공격은 진공에서 발생하지 않았다'라는 그의 발언은 테러주의와 살인을 이해한다는 표현"이라며 "홀로코스트 이후 만들어진 조직(유엔)의 수장이 그런 끔찍한 견해를 가진 것에 진심으로 통탄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하마스에 의한 민간인 희생을 조목조목 소개하며 "사무총장은 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으신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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