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5 08:52 AM
By 이재경
"우리 어머니는 석방 명단에 없어요"
"납치된 형제 부부와 조카들 아무도 풀려나지 못했어요"
"이 악몽이 끝나기는 할까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합의에 따라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13명이 1차로 풀려났지만, 나머지 인질들의 가족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아직 붙잡혀 있는 인질들의 가족들은 다음 석방이 언제일지, 몇 명이나 나올지, 거기에 자기 가족이 포함될 수 있을지 알지 못한 채 불안에 떨고 있다.
양측은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240명 가운데 50명을 순차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150명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나흘간 교전을 멈추기로 지난 22일 합의했다.
하마스는 합의 이틀만이자 일시휴전 첫날인 24일 여성과 아동 인질 13명을 석방했으나 나머지 인원은 여전히 가자지구에 억류돼있다.
가이 메츠거의 부모는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인원에 속해 있다. 그의 80세 아버지와 78세 어머니는 지난달 7일 하마스 공격 때 납치당했다.
석방 대상 인질이 어린이와 여성으로 제한된다는 소식에 고령의 모친이라도 1차 명단에 포함됐기를 바랐지만 당국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는 (이번에) 풀려나지 못한다.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치료사로 일하는 오프리 비바스 레비도 남자 형제와 시누이, 어린 두 조카가 납치된 뒤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흘간의 임시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 소식에 시누와 조카들이라도 나올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1차로 석방된 13명 중에 그의 가족은 없었다.
비바스 레비는 "이건 가족들을 비인간적인 상황에 놓이게 하는 합의"라며 "누가 풀려나고 누가 못 나오는 건가. 아이들이 석방된다면 제 형제와 다른 많은 사람은 그대로 남아있게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납치된 가족의 석방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 속은 그야말로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
다니 미란은 아들 옴리가 하마스에 끌려간 뒤 생사를 알 수 없어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아들은 올해 마흔 여섯으로, 여성과 어린이인 1차 석방자 명단에 들지 못했다.
미란은 "그가 고난에 대처할 수 있도록 건강한 상태이길, 그들(하마스)이 아들을 다치게 하거나 고문하지 않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도론 스필만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1차 인질 석방 후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이 약 215명이라고 말했다.
남은 215명이 모두 살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스필만 대변인은 덧붙였다.
그 가족과 지인들은 사랑하는 이들의 운명을 알지 못한 채 고통의 시간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캄캄한 어둠 속을 더듬는 심정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70대 후반 부모님이 붙잡혀갔다는 야이르 모세는 다른 인질 가족들과 만나고, 언론 인터뷰에 응했으며, 텔아비브부터 예루살렘까지 석방 촉구 이어진 행진에 참여했다.
그는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너무나 혼란스러운 시기"라면서도 "집에 앉아서 뉴스만 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인질 모두가 풀려나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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