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4 05:31 AM
By 이재경
환구시보·글로벌타임스도 사설서 "어리석은 행동·헛수고" 비난
중국 당국이 자국에 대한 수출 통제 필요성을 강조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을 향해 패권적 사고를 드러냈다며 발끈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중 수출 통제를 강조한 러몬도 장관의 최근 국방포럼 연설에 대해 "미국 일부 인사의 뿌리 깊은 냉전적 사고와 패권적 사고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와 과학기술 발전을 방해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고 전제한 뒤 "미국 관리들의 이러한 모순된 발언은 중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사가 없다"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하고 샌프란시스코 회담에서 얻은 중요한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대변인은 "자유무역 시장의 규칙을 어기는 것은 체로 제방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아무리 애를 써도 물은 계속 틈을 통해 흘러야 할 곳으로 흐른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공동 사설을 통해 러몬도 장관의 연설을 비난했다.
신문은 "러몬도 장관은 중국을 미국이 마주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표현하고 '중국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며 "연설 초점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봉쇄 강화를 호소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몬도 장관이 수출 통제 관련 예산이 2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한 점을 언급한 뒤 "예산을 2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리더라도 목표를 잘못 잡았기 때문에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국 기업을 희생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미국이 '작은 뜰에 높은 담장'을 만들고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추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가 극심한 불안감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은 미국이 직면한 잘못된 대외전략의 결과로,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러몬도 장관은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중국은 매일 눈을 뜨면 우리의 수출통제를 우회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며 중국 위협에 대응하려면 수출통제의 엄격한 집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려면 동맹과 수출통제 공조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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