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5 05:54 AM
By 이재경
돌연사 가능 유전자 발견돼 무죄...역대 최대 배상금 수령 전망
호주에서 자녀 4명을 숨지게 했다는 이유로 20년간 수감됐던 여성이 유죄 판결이 뒤집히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15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전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항소법원은 살인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캐슬린 폴비그에 대해 아이들이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1989∼1999년 생후 19일∼18개월 된 자신의 두 아들과 두 딸 총 4명 중 3명을 살해하고 1명을 과실치사로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폴비그는 자녀들이 자연사했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그가 아이들을 질식시켜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2003년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그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는 징역 40년 형을 선고했다.
당시 언론은 폴비그를 호주 최악의 여성 연쇄 살인범이라 불렀다.
하지만 2021년 과학자들은 숨진 두 딸에게서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했고, 90명의 과학자와 의료 종사자, 전문가들은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청원서를 냈다.
NSW주는 은퇴한 톰 배서스트 전 판사에게 재조사를 맡겼고, 그는 사망한 아이들에게서 설명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가 발견됐다며 아이들의 죽음이 자연사일 가능성이 있어 유죄 평결이 잘못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NSW주는 지난 6월 폴비그를 사면했고, 풀려난 그는 항소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결국 유죄 취소 판결을 받았다.
폴비그는 재판 후 "최신 과학으로 내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답을 얻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법 시스템은 아이들이 예기치 않게 숨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나를 비난하기를 더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처럼 고통받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변호인은 폴비그가 억울하게 옥살이 한 시간에 대한 실질적 배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언론은 경찰 살해 혐의로 19년을 감옥에서 살다 2018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수도 준주(ACT) 정부로부터 702만 호주달러(약 61억원)를 받은 데이비드 이스트먼 사건이 호주 역사상 가장 큰 배상 사례였다며 폴비그의 배상금이 이를 뛰어넘을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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