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7 04:34 PM
By 이재경
美매체, 당국자 인용..."필요하다 판단되면 주저없이 행동"
"세계통상 위해 필요" vs "친이란세력 보복하면 확전 우려"
미국 국방부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홍해에서 도발 수위를 높이는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를 직접 공격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매체 세마포르(Semafor)는 16일(토) 다수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후티와 이란이 세계 해상 무역에 해를 가하려는 점을 우려해 이 같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국자들은 후티에 대한 미국의 직접 공격이 이란과 다른 친이란 무장단체와의 더 광범위한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 방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간 미국 관리들은 하마스 소탕을 위한 이스라엘 전투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오직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더 공세적인 군사작전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내 왔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주 이와 관련해 "군을 위협하는 해상 영역 활동에 대한 방어 등 적절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저 없이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의 이 같은 논의는 주요 무역로인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을 적대하는 후티가 팔레스타인 지지를 이유로 민간 선박을 겨냥한 공격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나왔다.
후티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을 보복·압박하는 차원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해왔다.
초기에는 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들을 공격했지만, 지난주부터는 노르웨이, 홍콩, 라이베리아 등 전쟁과 직접 관련 없는 선적의 선박까지 표적으로 삼으며 공격 대상을 확대했다.
후티의 무차별 공격을 우려한 대형 해운사들은 홍해를 통한 운항을 일시 중단하거나 중단을 검토하며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미 당국자들은 후티의 공격에는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무역을 방해하고 미국과 동맹국의 이스라엘 지원 비용을 늘리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와 이어져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상품 무역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주요 해상 수송로다.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돼 유럽과 북미로 수출되는 석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이 지나는 통로이기도 한 이 항로를 오가는 선박은 연간 2만척에 이른다.
다만 미국의 후티 공격이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일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전직 국방부 관리 다수는 미국이 세계 무역의 흐름을 유지하려면 후티에 대한 공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고 세마포르는 전했다.
중동지역 미국 해군을 지휘했던 예비역 해군 제독인 존 밀러는 "후티 반군에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전까지 우리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전·현직 국방부 관리들은 후티를 공격할 경우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방에 맞선 '저항의 축'을 자처하는 연대 무장세력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후티를 공격할 경우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 보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중동에서 미 특수작전부대를 지휘했던 예비역 중장 마이클 나가타는 "현재 이란은 전략적으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며 "지금은 나쁜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미국이 후티를 직접 공격한다면 이는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미국은 지난 2016년 10월 후티의 미 해군 구축함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후티의 해안 레이더 시설 일부를 파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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