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31 07:45 PM
By 이재경
화석연료 감축 공약했지만 우크라 전쟁 여파로 정책 전환
환경문제에 민감한 유권자 이탈 우려해 원유생산량 언급 안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크게 증가하면서 유가 안정에 기여했지만, 화석연료 감축을 공약한 바이든 대통령은 굳이 이 사실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1일(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현재 원유 생산량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하루 1천320만 배럴이다.
이는 주요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보다 많으며, 화석연료에 우호적이었던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2019년 11월 기록한 1천300만 배럴을 넘어섰다.
원유 생산량이 많이 증가한 덕분에 미국 내 기름값이 안정화됐으며, 외교적으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입김에 덜 의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기름값 인하를 축하하면서도 그 원인인 원유 생산량 증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침묵하고 있다.
백악관도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홍보할 뿐 원유생산이 많이 늘어난 사실은 잘 언급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WP는 석유와 관련한 정치가 민주당에 특히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환경 문제를 신경 쓰는 젊은 유권자들이 최대한 많이 투표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들 다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원유 생산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모든 조치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겠다고 공약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정책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힘을 받은 석유업계가 생산량을 빠르게 확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전기차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한다고 비판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고 WP는 평가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굳이 이 사실을 지적하지는 않는다.
공화당의 비판은 바이든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단기간에 원유 생산을 확대하더라도 유가를 안정시키고 대선에서 승리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이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거나 화석연료를 선호하는 공화당의 집권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과 현실 간 괴리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형성하는 유권자들이 정부의 알래스카 신규 유전 개발 승인 등 화석연료 친화 정책에 실망해 이들을 내년 대선에서 투표하도록 동원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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