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9 06:59 AM
By 이재경
입학사정관 출신 전문가 "진부하고 막연해 읽다가 짜증...도움 안 될 것"
"사람 글쓰기 흉내는 잘 내지만, 독창성 없고 반복적"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미국 대학 입시 철을 맞아 AI로 입학 에세이를 작성, 제출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AI 작성 에세이를 대입 입학사정관이 실제로 검토한 결과 읽다가 짜증이 날 정도로 내용이 형편없어 대입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월)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신문은 우선 AI 챗봇 전문가에게 요청해서 챗GPT로 입학용 에세이를 작성했다.
이어 이 에세이를 전직 아이비리그 입학사정관으로서 하버드대에서 학생 자문을 하고 컬럼비아대에서 입학 에세이 심사를 맡았던 애덤 응우옌에게 제시했다.
또한 하버드대 재학 중인 WP 인턴이 실제로 작성했던 입학 에세이를 대조군으로 응우옌에게 함께 주고 어느 것이 AI가 작성한 것인지 가려내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AI 에세이는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응우옌은 처음에는 AI 에세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글이 잘 읽히고 문법적인 오류는 대부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챗GPT가 어느 면에서는 사람 글쓰기를 흉내 내는 것은 잘한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계속 읽어갈수록 내용이 너무나 평범해서 실제 입학 에세이였다면 읽기를 도중에 중단했을 것이고, 지원자의 입학 가능성이 작아졌을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사람이 쓴 에세이가 구체적이고 성찰적인 데 비해 AI 에세이는 우선 막연하고 진부했다.
구체적으로 쓰는 것을 잘 못했으며, 하던 이야기를 갑자기 끊는가 하면 상황과 맞지 않는 내용이 제멋대로 들어가기도 했다.
응우옌은 "챗GPT는 독창적이지 않다"며 "(AI 에세이를) 거의 절반 정도 읽었을 때 중요한 화제에서 다른 중요한 화제로 건너뛰자 조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컴퓨터 과학자들과 대입 전문가들은 AI 에세이가 알기 쉬운 특징이 있어 각 대학 입학사정관이 이를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AI 에세이는 많은 경우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없어 의견을 받쳐주는 증거가 빠져 있다.
또 문장이 독창적이지 않고 필자의 감정적 경험을 깊이 천착하기보다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진부한 표현을 쓴다.
나아가 대체로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독자에게 놀라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인종이나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 대한 글을 쓸 경우 고정관념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WP는 설명했다.
응우옌은 AI가 일상적인 글쓰기에는 충분할 수 있으나, 대입 에세이 작성에는 특히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대입 에세이는 학생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특별한 이유를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신속히 입학사정관에게 제시해야 하는, 독특한 유형의 작문이기 때문이다.
그는 "챗GPT는 거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며 AI 에세이는 "끔찍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글쓰기가 약한 학생의 경우 때때로 초안 작성 등 브레인스토밍에 AI 챗봇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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