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1 11:18 PM
By 이재경
예멘반군 무역로 위협에 '번영의 수호자' 다국적군 첫 군사개입
전투기·잠수함 등이 예멘수도 비롯해 10여곳 군사시설 폭격
바이든 "필요시 추가조치"...후티 보복 경고 속 이란 대응이 확전 중대변수
미국과 영국이 12일(현지시간) 글로벌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위협해온 친이란 예멘반군 후티의 근거지에 폭격을 가했다.
이는 후티가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작년말부터 홍해에서 벌여온 상선 공격에 대한 직접 보복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서방국가와 주변국까지 본격 개입하는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세계 무역로를 위협한 데 대한 직접적 대응으로 후티 근거지를 타격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영국군이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의 지원을 받아 후티가사용하는 예멘 내 다수의 표적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복수의 미 관료들을 인용, 미국과 영국이 후티가 사용하는 장소 10여곳에 전투기, 선박, 잠수함 등을 동원해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등으로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표적에는 후티의 물자지원 중심지, 방공 시스템, 무기 저장소 등이 포함됐다고 관료들은 말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번 공격이 후티의 군사 능력을 겨냥한 것으로 부수피해(민간인 살상)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조치로 후티의 공격 역량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후티도 피습 사실을 인정하며 보복을 경고했다.
후티의 후세인 알-에지 외무 부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과 영국 선박, 잠수함, 전투기에 의한 대규모 공격을 받았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과 영국은 높은 대가를 치르고 이 노골적인 침략의모든 끔찍한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 고위 관계자 압둘라 벤 아메르는 알자지라 방송에 "미국과 영국이 군사 활동을 확대한다면, 역내 그들의 기지에 공습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이 그간 이라크와 시리아 내에서 친이란 무장세력을 타격한 적은 있었지만 예멘에서 반군 후티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 내 확전을 촉발할 우려 때문에 후티 공격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이 계속되자 군사 대응에 나섰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맞서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난해 11월 19일 이후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27차례 위협·공격했다.
홍해에서의 안전이 위협받자 상선들은 아프리카 우회로를 이용하면서 세계 물류 부담이 커졌다. 미국은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창설해 대응에 나섰다.
미국 국방부는 예멘 내 시설에 대한 타격 계획을 수립해 이를 전날 의회에 보고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는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과 이른바 '저항의 축'에 속한다.
대표적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이날 미군의 직접 타격은 확전 우려를 크게 부추길 악재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중동 내 저항을 주도하는 이란이 이번 공격을 계기로 보복을 명분 삼아 서방에 군사 대응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습 몇 시간 전 미 국방부 팻 라이더 대변인은 후티가 '무모하고 위험하며 불법적인 행동'을 중단하도록 하는 데 이란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직 이란은 미국과 영국의 예멘 공습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란은 전날 주요 원유 수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해 미국과의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뿐만 아니라 최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도 교전 수위를 높이며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란의 개입 수준이 어떻게 될지가 이번 무력 충돌의 여파를 결정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향후 보복이나 도발에 대한 억제에 힘을 보태기 위해 미국과 영국 정상은 추가 대응 여지도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자국민과 국제교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후속 조치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영국 해군은 후티 반군의 추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홍해를 계속 순찰할 것이라며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는 안보리 미국 등 예멘 공습과 관련해 12일 오전 10시 긴급 회의를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전날 안보리는 후티 반군에 상선 공격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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