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4 11:56 PM
By 이재경
"대통령에 러 자산 몰수해 우크라 지원 자금으로 사용할 권한 부여"
전쟁 상대 아닌 국가 자산몰수 사례 없어...일각에선 부정적 여파 우려
미국 의회가 미국 금융기관 등에 동결된 러시아 정부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의 재건에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경제적 번영과 기회 재건 법안'을 찬성 20표 대 반대 1표로 처리했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의 관할에 있는 모든 러시아 정부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으로 사용할 권한을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몰수 대상에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도 포함된다.
몰수한 자산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재건 사업과 인도적 지원 등 우크라이나의 회복을 돕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고 전쟁 피해를 완전히 배상하기 전까지 미국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해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있다.
또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주요 7개국, 호주, 기타 동맹과 파트너와 함께 러시아 정부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재건을 지원할 국제 제재 체제를 구축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상원 외교위의 공화당 간사이자 법안 발의자인 짐 리시 의원은 성명에서 "거의 2년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불법으로 명분 없이 침공해 이루 말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재건하기 위한 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벤 카딘 상원 외교위원장은 현재 전 세계에 약 3천억 달러 상당의 러시아 정부 자산이 동결돼 있고, 이 가운데 50억달러가 미국에 있다면서 다른 국가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전쟁 상대가 아닌 나라의 중앙은행 자산을 몰수한다면 그것은 처음 있는 일로 경제적 '핵 옵션'에 해당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원 외교위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통과됐으며, 카딘 의원은 민주당과 공화당, 바이든 행정부 모두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동결된 러시아의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에 사용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들의 탈달러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렇게 될 경우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위태롭게 함으로써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시스템에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G7 차원에서도 이 법안과 비슷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회원국 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8일 기자들에게 G7 정상들이 러시아 자산을 압류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에 합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하지만 확실히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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