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7 06:05 AM
By 이재경
구글·애플·MS 등 6개 기업 대상...자사 서비스 우선노출 금지
시행 초기 EU 對 미국 빅테크 소송전 전망
유럽연합(EU) 27개국 전역에서 7일(현지시간)부터 이른바 '빅테크 갑질'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이 전면 시행된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DMA 시행 첫날인 이날 규제 대상 기업 6곳으로부터 법 준수를 위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보고받을 예정이다.
이 보고를 토대로 경쟁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DMA 준수 여부를 평가할 예정이며 이행 조처가 미흡하거나 전혀 없다고 판단되면 즉각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일정한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 특별 규제하는 법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6곳이 게이트 키퍼로 지정됐다.
EU는 6개사가 각각 운용 중인 운영 체제, 소셜미디어(SNS), 검색엔진, 온라인 광고 서비스 등 총 20여개 서비스에 대한 별도 의무 사항을 부여했다.
우선 지정 기업들은 외부 앱 및 대체 앱스토어 설치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 한다.
서비스 운용을 통해 획득한 데이터의 결합·이전·광고 활용 행위나 자사 서비스를 경쟁업체보다 더 잘 노출되도록 하는 '우대 행위'가 금지된다.
구글, 메타처럼 여러 서비스를 운용하는 기업은 이용자 동의 없이 특정 플랫폼에서 개인정보를 획득한 뒤 이를 자사의 다른 플랫폼의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관행도 규제 대상이다.
의무 위반 시 과징금 액수는 천문학적이다. 전 세계 연간 총매출액의 최대 10%가 과징금으로 부과될 수 있고 반복적으로 위반하면 이 비율이 20%까지 올라갈 수 있다.
게이트 키퍼 지정 기업은 DMA 시행을 앞두고 주요 서비스 조정을 대부분 마쳤다는 입장이다.
가령 EU 지역 이용자가 구글 검색엔진에서 항공권을 하면 여러 예매 대행 사이트 목록이 나열된 '항공편 검색 사이트'란이 새롭게 추가됐다.
자사 서비스를 우대해선 안 된다는 DMA 규정에 따라 이용자가 직접 원하는 업체를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구글 자체 예매 서비스인 '구글 플라이트' 결과부터 뜨거나 해당 웹페이지로 곧장 연결될 수 있는 링크가 우선 노출됐으나 지금은 사라졌다.
애플 아이폰에서는 앱스토어가 아닌 외부에서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가 가능해진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휴대전화에 한 가지 이상의 앱마켓이 있는 게 중요하다"며 "이용자 입장에서 특정 앱마켓이 마음에들지 않으면 다른 앱마켓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일본, 영국, 인도 등 다수 국가에서 유사한 법을 잇달아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라는 점에서 EU DMA의 성공 여부가 디지털 규제와 관련한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싱크탱크인 유럽정책분석센터의 빌 에칙손 선임연구원은 AP 통신에 "이미 전 세계적으로 (DMA) 모방 법안이 잇따르고 있다"며 "DMA가 사실상 규제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의 잭 메예르스 부소장도 "DMA가 효과가 있다면 많은 서방 국가가 실패 위험을 피하려고 DMA를 따라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게이트 키퍼 지정 기업들이 내놓은 DMA 이행 조처가 경쟁 우려를 해소하기엔 아직 불충분하다는 불만도 업계에서 제기된다.
EU가 시행 초기부터 전방위 단속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상 기업들이 집행위 판단에 불복해 소송을 거는 등 시행 초기 혼란도 예상된다.
또 게이트 키퍼 기업 6곳 중 바이트댄스를 제외한 5곳이 모두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편파성 논란도 일각에서 꾸준히 나온다.
4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EU에 2조7천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애플이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스포티파이"라고 항의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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