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0 04:51 AM
By 이재경
"석유·가스 기업 거부하는 운용사와는 함께 못해"
미국 텍사스주 학교 운영기금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맡긴 85억 달러(약 11조3천840억원) 규모의 자금 운용 관리계약을 해지했다.
블랙록이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ESG) 경영방침을 빌미로 텍사스주 주력 산업인 화석연료 생산기업들을 보이콧 한다는 게 이유였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텍사스 퍼머넌트 스쿨펀드는 블랙록을 비롯한 자산운용사들이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관할하는 주에서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ESG) 투자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기금을 운용하는 텍사스주 교육위원회의 애런 킨지 위원장은 "텍사스주 법상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내걸어 에너지 관련 기업 투자를 거부하는 운용사에는 일을 맡길 수 없게 돼 있다. 블랙록과의 계약은 이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21년 도입된 텍사스주 법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다"고 덧붙였다.
텍사스주 학교 운용기금은 1천300만 에이커의 땅과 광물에 대한 권리를 관리하는 텍사스의 제너럴 랜드 오피스로부터 매년 받는 약 10억 달러의 자금으로 조성된다.
킨지 위원장은 "운영기금은 주로 석유와 가스 산업에서 나온다"며 "만약 석유와 가스생산업체의 수입이 없다면 우리 기금의 큰 문제이며 분명히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위험"이라고 말했다.
블랙록은 자사가 관리하는 자산 10조 달러 가운데 텍사스주 학교 기금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면서 어떤 보이콧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이번 계약 해지는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서 블랙록은 텍사스의 공공 에너지기업들에 1천2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블랙록은 이어 "이번 결정은 블랙록의 뛰어난 운용실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텍사스주 학교와 그 가족들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이런 정치적 문제로 블랙록이 약 4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면서 앞으로 'ESG'라는 용어 사용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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