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05:06 AM
By 전재희
2018년 '제2의 온건좌파 물결' 기폭제...2022년 브라질서 '정점'
아르헨·에콰도르 등은 '우클릭'...중남미 외교지형 변화에 관심
미중 긴장 속 중국-중남미 국가간 밀착 심화 주목
최근 잠잠해지는 듯하던 중남미 온건좌파 정부 물결(핑크 타이드)이 다시 출렁이는 모양새다.
2일(토)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집권당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가 대권을 거머쥐면서 6년 전 멕시코에서 시작된 중남미 좌파 정부 연쇄 출범 기조에 다시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이날 중도좌파 정당까지 포섭해 '빅텐트'를 꾸린 우파 연합 소치틀 갈베스(61)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압승했다.
이로써 멕시코에는 2018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대통령이 90년 가까이 집권한 우파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이후 2030년까지 총 12년간 좌파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멕시코는 2000년대 초반 중남미를 휩쓸던 핑크 타이드 이후 '제2의 핑크 타이드'라고 불리는 최근의 '중남미 좌향좌'에 동력을 불어넣은 국가다.
핑크 타이드는 복지와 사회 불평등 해소에만 무게 중심을 두는 전형적인 좌파라기보다는 사회·경제적 진보 정책에도 신경 쓰는 중도 좌파 또는 좌파 성향 정부라는 의미가담겼다. 다소 편향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좌파 상징 '붉은색'까지는 아니라는 취지다.
중남미에선 지난 2018년 멕시코에 이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민심이 수년 새 잇따라 좌파 정권을 선택했고, 2022년 브라질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제2 핑크 타이드의 정점을 찍었다. 최근엔 과테말라에서도 좌파 정부가 출범했다.
이는 기존 온두라스,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쿠바 등의 좌파 정권과 함께 이념적으로 중남미를 뭉치게 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이들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을 한목소리로 비판하거나 쿠바·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 제재를 성토한 게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미·중 간 긴장 속에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과 중국 간 밀착이 심화할지도 관심거리다.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중국이 그간 '이념 동질성'을 강조하면서 중남미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안간힘을 써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철강과 전기차 등을 자국에 우회 수출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관련 대응을 위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위시한 멕시코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경제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정부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민간 투자를 병행한 중국의 접근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멕시코 대선이 전체 중남미 블록 지형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지난 2018년 이후 여러 나라에서 좌파 정부가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우루과이(루이스 라카예 포우), 파라과이(산티아고 페냐), 에콰도르(다니엘 노보아), 아르헨티나(하비에르 밀레이), 엘살바도르(나이브 부켈레), 파나마(호세 라울 물리노) 등은 우파 정부가 집권하고 있다.
이들 우파 정부를 택한 국가를 고려하면 중남미 전체 정치 판도가 완전히 '좌파 일색'으로 재편됐다고 보기엔 힘들다.
하지만, 전체 구심점은 여전히 왼쪽에 치우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후 다른 중남미 국가의 선거에 이목이 쏠린다.
올해 남은 중남미 주요 대선은 베네수엘라(7월 28일)와 우루과이(10월 27일) 등이 있다.
대권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칠레 지선(10월 27일)과 푸에르토리코 지사 선거(11월 5일) 등도 관심을 끄는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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