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09:28 PM
By 전재희
전기차 '캐즘' 우려에도 증설...양극재 공장은 2026년 양산 목표로 건설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생산 거점이 몰려 있어 미국의 '배터리 벨트'로 불리는 테네시주.
테네시주의 주도 내슈빌에서 남쪽으로 차로 40분 정도 달리자 푸른 하늘 아래 얼티엄셀즈 제2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이 지분 50대 50으로 투자한 합작법인으로 제2공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셀을 만든다.
약 2조7천억원을 투자한 제2공장은 축구장 35배 크기인 연면적 24만7천㎡ 규모로 현재 1천2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GM은 미국에서 오래 사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 안전, 법률 등을 담당하고, 기술력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공정, 설비, 직원 교육 등을 맡는 식으로 서로의 강점을 살려 운영하고 있다.
제2공장은 설립 계획을 발표한 지 약 3년 만인 지난 3월 본격 가동을 시작해 첫 제품을 고객사에 인도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때문에 배터리 산업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제2공장은 당초 목표한 총 50기가와트시(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었다.
50GWh는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김영득 제2공장 법인장은 특파원단과 간담회에서 "회사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특히 아직 시장침투율이 낮은 북미에서 성장이 지속해서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일시적인 캐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공장은 LG가 30여년의 배터리 사업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총동원해 양산 한 달 만에 수율 목표를 달성했다.
수율은 결함 없이 품질 기준을 충족한 제품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과거 폴란드 공장의 경우 수율을 맞추는데 1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김영득 법인장은 "30년 이상 쌓아온 풍부한 양산 경험 및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역대 최단기간에 90% 이상의 수율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장 주변 도로변에는 '전 직군 채용'을 알리는 현수막이 바람에 휘날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숙련된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인력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생산라인에서 하는 일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날 취재진이 방문한 교육장에는 16대의 시뮬레이터에서 직원들이 교육받고 있었다.
교육 감독관인 데이미언 머호니는 "일주일의 시뮬레이터 훈련 뒤에는 라인에서 참관하고, 선임의 감독하에 서서히 더 많은 업무를 맡게 된다. 양질의 셀을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업무 투입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2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셀은 캐딜락 리릭과 쉐보레 에퀴녹스 등 GM의 3세대 신규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리릭은 하위 트림 가격이 약 5만8천달러(약 8천만원)에서 시작하는 고급 전기차로 배터리 품질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제2공장의 GM 측 최고책임자인 크리스 드소텔스 공장장은 "LG에너지솔루션은 오랜 양산 경험과 차별화된 기술 리더십을 갖춘 최고의 파트너"라면서 "최근 하이앤드(최고급)급 차량 리릭의 성공적인 출시는 양사의 오랜 파트너십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과가 자랑스러웠는지 얼티엄셀즈는 이날 제2공장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배터리 제조 공정은 크게 전극, 조립, 활성화, 팩 순으로 진행되는데 취재진은 조립 공정을 볼 수 있었다.
조립 공정에서는 전극 공정에서 만든 양극판과 음극판에 합선을 방지하는 분리막을 접합한 뒤 극판을 평평하게 겹쳐 쌓는데 이렇게 만든 셀을 파우치라는 은색 외장재에 넣고, 파우치에 전해액을 주입해 밀봉한다.
생산라인에는 기계를 점검, 조작하는 직원 몇 명이 보일 뿐 조립 공정의 전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됐다.
배터리 셀은 전기차 한 대당 300∼500개가 들어간다.
배터리 셀의 핵심 소재 중 하나는 양극재인데 LG화학은 얼티엄셀즈에 공급할 양극재를 생산할 공장을 인근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건설하고 있다.
LG화학은 약 2조원을 투자해 연면적 약 7만6천㎡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작년 12월 착공했으며 지난달 31일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LG화학은 2026년 6월부터 양산을 시작하고 2028년 4월까지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60만대분에 해당하는 연산 6만t의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를 생산할 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LG가 이처럼 테네시주를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배경에는 테네시주가 보유한 여러 장점이 있다.
미국 중남부에 위치한 테네시주는 조지아, 앨라배마 등 8개 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어 교통과 물류가 효율적이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2년부터 인구가 빠르게 늘고 젊은 사람들이 선호해 인재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LG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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