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7 05:29 AM
By 전재희
서로 상대방에 "당신은 영웅"..."서방, 우크라전을 80년전 투쟁의 연장선 인식
"노르망디 80주년, 서방 지도자 총출동해 러에 맞선 단결 강조
우크라 '사수' 결의...프랑스제 전투기 우크라 지원 등 깜짝소식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이 다시 전화(戰禍)에 휘말린지 2년 4개월째가 되는 6일(현지시간) 진행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은 세계 민주진영의 단합대회를 방불케 했다.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권역을 회복하겠다며 팽창주의 정책을 펼치다 전쟁까지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온 서방 지도자들은 이곳에 총출동해 대러전선을 더욱 공고 히했다.
80년전 유럽 거의 전역을 점령한 나치 독일에 맞서 목숨을 걸고 상륙작전을 벌였던 2차대전 참전용사들도 서방 세계의 최전선으로 부상한 우크라이나에 응원을 보냈다.
휠체어에 의존해 프랑스 노르망디 오마하 해변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 참석한 메릴랜드주 프레데릭 출신의 참전용사 멜빈 허위츠(99)는 기념식에 특별초대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와 서로를 꼭 끌어안았고, 두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허위츠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은 국민의 구원자다"라며 "당신을 보니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뇨, 아닙니다. 당신은 유럽을 구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은 우리의 영웅"이란 허위츠의 말에도 "아닙니다. 당신이 우리의 영웅입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이날 만남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80년전 노르망디 해변에서 펼쳐졌던 자유를 위한 투쟁의 연장선으로 규정하는 서방의 시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현대판 침공에 대한 저항을 진두지휘하는 우크라이나 지도자에 대해 비슷한 존경심을 표하는 노병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고 NYT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연설에서 "우리는 80년 전 영웅들이 맞서 싸운 어둠의 세력을 알고 있다. 그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침략과 탐욕,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망, 무력으로 국경을 바꾸려는 욕망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을 '지배에 집착하는 폭군'으로 지칭하면서 "깡패들에게 굴복하고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한다는 건 이 신성한 해변에서 벌어졌던 일을 잊어버리는 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곳에 상륙한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자"며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단결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국민과 그들의 용기, 자유를 향한 열망에 감사하다. 우리는 여기에 있고, 절대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모두 기립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는 프랑스제 전투기 미라주 2000-5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프랑스 다쏘가 개발한 미라주 2000-5는 근접 전투, 공대지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이다. 전투기 인도 시점은 이르면 올해 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수의 미국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 본토 공격이 가능한 무기가 포함된 2억2천500만 달러(약 3천억원) 상당의 군사 원조 패키지가 곧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외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이탈리아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 25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일원으로 나치 독일에 맞섰다. 이로 인해 2014년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는 푸틴 대통령도 이번에는 초대되지 않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이 나치 독일 치하의 프랑스를 해방시키기 위해 벌인 최대 규모 상륙작전이다.
15만6천명이 동원된 이 작전은 2차 대전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되며, 프랑스는 5년 주기로 참전국 정상과 참전용사들을 초대해 국제적 기념행사를 벌여왔다. 이날 기념식이 열린 오마하 해변은 연합군이 상륙한 5개 해변 중 가장 치열한 전투가 치러진 곳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