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0 11:03 PM
By 전재희
무협 보고서...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신산업까지 공급과잉
"美·EU 대중 관세조치에 한국산업 반사이익 가능성도"
중국의 공급과잉이 철강 등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신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수입규제 강화 조치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국 공급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과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지만, 최근 자국 내수시장이 침체하면서 공급초과 현상이 발생하자 저가로 제품을 수출하게 됐다.
이는 철강, 화학 등 전통산업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공급 과잉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중국은 954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했는데, 판매량은 841만대에 그쳐 113만대의 초과 공급이 발생했다.
2020년 22만대에 불과했던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지난해 120만대로 급증했다.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의 배터리 생산 규모는 이미 시장 수요를 초과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만으로 전 세계 수요를 충족하고도 중형 전기차 156만대의 배터리가 남은 상황이다.
태양광 시장에서의 공급 과잉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1천405GW(기가와트)지만, 중국과 글로벌 태양광 패널 설치량은 각각 255GW, 511GW에 불과해 공급과잉이 계속될 전망이다.
철강의 경우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으로서 2022년 기준 전 세계 생산량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은 약 341억달러에 달해 전고점인 2014년 343억달러에 근접했다.
자국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의한 철강 수요 위축으로 잉여 생산분이 발생하자, 수출 확대를 통해 밀어내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EU 등 주요국은 중국의 공급과잉에 대응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전통적인 무역구제조치와 함께 무역확장법 232조 및 통상법 301조 적용 확대가 대표적이다.
EU도 공급과잉의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목하면서 전기차, 태양광, 풍력터빈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이 같은 주요국의 대응 조치는 한국 수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EU의 대(對)중국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일부 산업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미국에서는 배터리, 태양광, 석유화학 분야의 시장 확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EU 내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중국 전기차업체가 위축된다면 국내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의 저가 상품 공급 과잉이 지속할 경우 주요국의 무역장벽 대응이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를 가중해 한국 기업에 부담일 될 우려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이정아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추가적인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고 타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조치를 취할 경우 글로벌 무역환경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