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8 04:57 AM
By 전재희
레바논 소식통 "생산 단계서 모사드가 개조"...전문가들은 "배송·사용 전 삽입 추정"
17일(현지시간) 수천개가 동시 폭발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조직원들의 무선호출기(삐삐)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있는 업체가 제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AP 통신에 따르면 해당 삐삐에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상표가 붙어있었지만 골드아폴로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해당 기기들은 자사 상표 사용이 허용됐을 뿐 제조는 부다페스트에 기반을 둔 'BAC 컨설팅 KFT'라는 업체가 했다고 밝혔다.
골드아폴로는 "협력 합의에 따르면 우리는 BAC이 지정된 지역에서 상품 판매를 위해 우리의 브랜드 상표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상품 디자인과 제조는 오로지 BAC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골드아폴로의 대표는 이날 취재진에게 자사는 지난 3년간 BAC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계약의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레바논에서는 17일 오후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사용하던 무선호출기가 동시다발로 폭발하면서 최소 9명이 숨지고 3천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다친 피해자에는 헤즈볼라 조직원 외에 모즈타바 아마니 주레바논 이란 대사 등도 포함됐고, 이웃 시리아에서도 최소 14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는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지목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사건 당일 미국과 서방국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 폭발사건의 배후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국 등 서방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해당 무선호출기는 대부분 AR924 기종으로 각 기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g)의 폭발물이 들어가 있었으며 이를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됐다.
전문가들은 이는 정교한 공급망 침투 과정 속에 폭발물이 제품 배송, 사용 전에 무선호출기에 넣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한 고위 레바논 안보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헤즈볼라가 몇달 전 수입한 무선호출기 5천개 안에 폭발물을 심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모사드가 "생산 단계에서" 무선호출기를 개조했다면서 "모사드는 장치 안에 코드를 수신하는 폭발물이 있는 보드를 삽입했다"면서 "이는 어떤 수단으로도 감지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이 무선호출기들은 올해 초 레바논에 들어왔으며, 이번 폭발 계획은 여러 달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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