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9 07:18 AM
By 전재희
홍콩 SCMP 분석..."올해 교역액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가능성"
지난해 급증세를 보였던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 규모가 최근 들어 지속해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고리로 중국과 러시아에 고강도 제재를 가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국 해관총서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양국 무역 규모는 1천585억달러(약 211조4천억원)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중국의 대(對)러시아 수출은 올해 8개월간 719억1천만달러(약 96조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0.4% 느는 데 그쳤고,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은 865억6천만달러(약 115조5천억원)로 3.2% 증가했다.
양국 무역 규모는 지난해 전년(2022년) 대비 26.3%라는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해 2천400억달러(약 320조1천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금융기관들에 대한 제재에 나선 것에 주된 원인이 있다고 SCMP는 짚었다.
미국은 지난 6월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피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및 단체 300곳 이상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면서 제재 대상인 개인·단체와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도 2차 제재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변경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당했다.
SCMP는 중국 금융기관들이 미국 등의 추가 제재를 우려해 러시아와 거래를 꺼림에 따라 무역 규모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최근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등 주요 중국 시중은행들과 신개발은행(N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모두 러시아에 대한자금 지원을 줄이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관영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의 천펑잉 연구원은 "양국 무역의 성장 둔화는 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이 제재를 가하면서 대금 지급에 문제가 생긴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 간 양자관계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확대 관할(長臂管轄·일국의 법률 적용 범위를 나라 밖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비난할 때 자주 쓰는 개념)과 연관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분야별로는 양국 간 에너지 교역 둔화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지난 5∼7월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러시아에 대한 수출도 이중용도 품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운송장비 수출이 7월에 12% 가까이 감소하는 등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에 따라 올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2천억달러(약 267조원)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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