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1 06:58 AM
By 전재희
뤼터,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서 대서양 안보동맹 수장으로...10년만에 교체
한국 등 IP4 협력 기조도 유지..."가치 공유국들과 파트너십 강화"
마르크 뤼터 제14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1일(화) 취임했다.
뤼터 신임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사무총장 이·취임식 연설에서 방위비 확대·우크라이나 지원·파트너십 강화 등 세 가지를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우리는 발전된 역량과 신속한 혁신을 통해 군사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도전에 대응하는 데 있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대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7월)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패키지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며 재정지원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약속 등을 언급했다.
유니레버에서 일하다 2002년 네덜란드 정계에 입문한 뤼터 사무총장은 2010년부터 14년간 중도우파 성향 연정을 이끈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 출신이다.
나토 안팎에서는 뤼터 사무총장이 총리 재임 중 네 번의 연립정부를 이끌며 쌓은 중재자 겸 협상자로서 경험이 회원국 간 이견을 조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임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사무총장은 이날 그에 대해 "그는 타협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며 이는 나토에서 정말 중요한 능력"이라며 "그래서 나는 오늘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서양 동맹의 균열을 막으려면 사무총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유럽의 '저조한 방위비'를 문제 삼으며 나토 탈퇴까지 공언해 유럽과 갈등을 빚었고 이번 재선 유세 과정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회의적이다.
이에 대해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관련 질의에 미 대선 결과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네덜란드 총리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과 4년간 함께 일했다"며 "그는 당시 우리에게 방위비를 더 많이 지출하라고 밀어붙였고 그는 그것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를 압박했었고, 나는 그가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네덜란드 총리 시절 유럽연합(EU) 내 대(對)러시아 강경론을 주도하며 '푸틴 저격수'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나토 차원에서 러시아에 대해 더 강경하고 단호한 메시지가 발신될 것이라고 전망되는 이유다.
스톨텐베르그 체제에서 러·중 밀착에 대응해 추진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IP4)과 협력 기조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뤼터 사무총장은 "우리의 독특하면서도 필수적 파트너인 유럽연합(EU)과 가치와 용기를 공유하는 전 세계 모든 나라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임자인 스톨텐베르그를 향해 "특히 인도·태평양에서 더 강력한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성과를 냈다"고 언급했다.
나토는 2022년 채택한 '신(新)전략개념'에서 중국이 위협을 처음 명시한 데 이어 올해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을 '러시아의 결정적 조력자'로 규정했다. 동시에 IP4를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하며 접점을 늘렸다.
나토 사령탑 교체는 10년 만이다.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지만 회원국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지난 6월 나토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지명됐다.
당초 후보자 논의 과정에서 최초의 여성 혹은 나토 내 입지가 좁은 동유럽권에서 발탁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1949년 나토 창설국인 네덜란드 출신의 그로 결정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11월 미국 대선 등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나토 주축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뤼터 사무총장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사무총장직 제안을 한 차례 고사했으나 고심 끝에 수락했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1971년 10월∼1984년 6월 최장수 사무총장을 지낸 조지프 륀스를 비롯해 역대 14명의 사무총장 가운데 총 4명을 배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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