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9 06:11 PM
By 전재희
트럼프, 워싱턴서 지지자들과 승리 축하 집회...첫날의 정책구상 소개도
추위·비에도 수만 명 집결...이른 아침부터 행사장 주변에 긴 대기행렬
"우리는 내일(20일) 정오에 우리나라를 되찾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힘과 번영, 품위와 긍지를 영원히 다시 가져오는 새로운 날을 시작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하루 전인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캐피털 원 아레나' 경기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당선인의 이 한마디에 함성을 질렀다.
트럼프 당선인이 작년 11월 대선 승리 이후 처음으로 다시 대규모 행사장에서 그의 '마가' 지지자들을 만난 순간이었다.
이날 집회는 당선인의 선거 구호이자 정치 철학, 그의 지지자들을 의미하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마치 대선 때 유세장에 온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고 축제 분위기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메인 테마송인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God Bless the USA·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와 함께 경기장 위쪽에서 레드카펫이 깔린 계단을 걸어 내려오자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대선이 끝나자 다시 유세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것을 매우 아쉬워했던 그는 "우리나라를 되찾는 전날 저녁에 수많은 친구와 지지자, 진정한 미국 애국자들과 다시 함께해 황홀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4년을 부패한 정치 때문에 미국이 쇠락한 시기로 규정하고서 "우리는 미국의 힘과 번영, 품위와 긍지를 영원히 다시 가져오는 새로운 날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불법 입국자 추방, 에너지 개발, '바이 아메리칸', 바이든 행정부의 급진적인 행정명령 폐기 등 취임 첫날부터 시행할 자신의 정책 구상을 일부 소개했다.
공식 취임은 오는 20일이지만, 이날 지지자들과 사실상 '미니 취임식'을 하며 자신의 복귀를 확실히 알린 것이다.
이날 집회 무대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자녀들도 무대에 올랐다.
며느리 라라 트럼프는 "미국의 황금기는 내일 새벽 여기 워싱턴DC에서 시작된다"고 선언했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누구도 여러분 모두를 위해 내 아버지보다 열심히 싸우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여러분 모두를 위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연설이 끝난 뒤 밴드 '빌리지 피플'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애창곡인 'Y.M.C.A.'를 부르자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 워싱턴DC에는 영하권 추위에 눈과 비까지 내렸지만 그를 응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지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행사는 오후 3시에 시작했지만, 공간 제약 때문에 2만명만 참석할 수 있어 아침 일찍부터 지지자 수천 명이 줄을 섰다.
원래 야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일 취임식을 한파 주의보 때문에 실내로 옮기게 되면서 이날 집회가 아니면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줄은 아레나 서쪽에 있는 마틴 루서 킹 기념도서관을 돌고 북쪽으로 꺾은 뒤 다시 H 스트리트를 따라 동쪽으로 차이나타운을 한참 지나서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집회가 시작한 후에도 여전히 지지자 수천 명이 입장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경기장 밖에서 30분 넘게 기다렸다.
이날 기자가 목격한 지지자들은 모자와 목도리를 쓰고 따뜻한 커피로 추위를 쫓으려 했다.
몸을 덥히려는 듯 "USA"를 연호하거나 'Y.M.C.A.'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비교적 앞쪽에 줄을 선 켄 스미스(55) 씨는 기자에게 자신이 매사추세츠주에서 왔으며 오전 7시 30분부터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아내와 함께 비닐 우의를 입은 그는 "춥고 좀 힘들지만 괜찮다"면서 "트럼프가 모든 것을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은 최고의 일이었고 그는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하다. 대부분 사람에게 의미가 없고 바보 같은 사회 정책 대신 우리나라를 강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쓰는 플로리 피터슨(여·76) 씨는 오전 9시부터 장애인 전용 줄에서 기다렸다고 했다.
중서부 미네소타주에서 온 그녀는 날씨 때문에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춥고 비가 왔지만 이제 좀 따뜻해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오전 5시부터 줄 섰고 아예 밤을 새운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지지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에 거는 기대가 컸다.
이들은 취임식이 실내에서 열리게 된 것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20일에도 아레나에서 생중계하는 선서식을 보기 위해 다시 줄을 서겠다고 했다.
남부 미시시피주에서 온 케빈 매그리거(53) 씨는 참석 소감에 대해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 그것은 진보 정책을 멀리하고 경제, 군사, 국경을 강화한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기자에게 "가짜뉴스가 아니냐?"고 물은 그는 한국 기자라는 설명에 경계심을 풀고서는 "국경이 없으면 나라가 있을 수 없다. 한국도 국경이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제임스 커스트(66) 씨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아내와 손자와 함께 왔다면서 "흥분된다. 난 그가 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정말 되돌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가 경제를 해결하고 딥스테이트(비밀리에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공무원 집단)를 없애면 좋겠다. 워싱턴DC는 매우 부패한 거 같다. 그가 부패를 청산하고 정부를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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