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6 04:26 AM
By 전재희
"양국 충돌시 중국은 선박 징발, 미국은 제재 가능성"
홍콩을 선적지로 하는 민간 선박들이 미국과 중국 간의 충돌 등 비상사태를 우려해 선적지를 비밀리에 바꾸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해운업 관계자들을 인용해 6일 보도했다.
미·중 간에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 중국 당국은 홍콩 상선을 징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도 해당 선박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 데이터 그룹 베슨 노티컬의 자회사인 베셀스밸류에 따르면 홍콩을 선적지로 하는 중국 선박의 수는 지난 2021년 2천580척에서 올해 1월 2천366척으로 8% 이상 감소했다. 정부 데이터도 비슷한 수준이다.
홍콩에서 이적한 선박 중 74척은 싱가포르와 마셜제도로 선적지를 옮겼다. 주로 석탄, 철광석, 곡물과 같은 화물을 운송하는 벌크선이다. 유조선 15척과 컨테이너선 7척도 이들 국가로 선적을 바꾸었다.
홍콩은 해운 분야의 허브 역할을 오랜 기간 해왔다.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20년 동안 홍콩을 선적지로 한 선박 수가 약 400% 늘었다. 따라서 2021년 이후 홍콩에서 이탈한 선박이 많아진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해운기업 경영진들은 로이터와의 면담에서 일부 업체는 조심스럽게 선적을 바꾸고 있으며, 많은 기업이 이 같은 비상계획을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국가안보에서 홍콩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고 미국도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시 중국 상선의 역할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 정부가 우리 선박을 징발하겠다고 하고, 미국도 반대편에서 우리 선박을 겨냥하는 상황에 부닥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조선 및 해상 물류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배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선적 선박이나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이 미국에 입항하거나 미국 항만에서 중국산 크레인을 사용하면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런 수수료를 미국 해양 산업 강화에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홍콩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에 안보 문제와 관련해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제재받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했다.
홍콩에서 해운 및 항만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2022년 기준으로 GDP의 4.2%다.
전 세계 선박 중 홍콩의 선적지 비중은 8위다.
홍콩 정부는 로이터통신에 해운 회사들이 기업 운영에 지정학적 상황이나 무역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등록 선박 수가 단기적으로 변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홍콩은 국제 해운의 주요 중심지로서 계속 자리매김할 것"이라면서 세금 감면과 친환경 보조금 등 선주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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