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0 07:17 AM
By 전재희
11일 선거...총리 "미국인도, 덴마크인도 되고 싶지 않아"
인구 5만6천명의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의 총선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국에 편입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가운데 독립을 둘러싼 그린란드 국론의 향방이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일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단원제인 그린란드 의회 31석을 두고 총 6개 정당 소속 후보 213명이 출마했다. 연립정부를 이끄는 '이누이트 공동체당'(IA)의 무테 에게데 총리는 연임에 도전한다.
그린란드 선거는 유권자 수가 워낙 적은 데다 사전 여론조사도 부족해 예측이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1월 여론조사 기관 베리안이 유권자 49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31%가 에게데 총리의 IA를 지지했다. 2위는 연정 파트너인 전진당(Siumut)으로 22%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은 에게데 총리가 지난달 초 "내부 분열이 아니라 협력하고 단결할 때"라며 4월로 예정된 선거를 앞당기자고 제안해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미국으로 편입하겠다고 거듭 압박하자 의회 재장악을 통해 대미 협상력을 키우는 한편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지지하는 여론을 확산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왔다.
1월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인의 85%가 미국 편입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덴마크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지지하는 여론도 높은 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에게데 총리는 총선을 하루 앞둔 이날 덴마크 공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으나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미국인도, 덴마크인도 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린란드인"이라며 "우리의 미래는 그린란드 안에서 우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의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그린란드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하자 공화당원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상당수 그린란드인은 이를 '조롱'으로 여겼다고 AFP 통신은 짚었다.
일부 정당을 제외하면 대체로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지지하지만 시기와 방식을 두고는 여전히 견해차가 있다.
IA는 덴마크에 대한 재정 의존도를 낮춰야 완전한 독립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장기적' 독립을 지지한다. 전진당은 총선 이후 독립 추진 여부에 관한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야당인 방향당(Naleraq)은 독립을 지지하는 동시에 미국과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피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린란드 경제가 덴마크에서 받는 보조금에 의존하는 탓에 실질적 독립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한다.
이에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우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덴마크 상대로 한 협상 카드로 활용, 관계 재정립 협상을 추진하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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