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8 06:47 AM

뉴욕 오토쇼, '트럼프 관세' 화제가 중심으로 부상

By 전재희

화려한 신차 공개에 집중하고 싶었던 자동차 업계... 하지만 대화 주제는 온통 '관세'

이번 주 뉴욕 오토쇼에 모인 자동차 업계 임원들은 수개월간 이어진 관세 대응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햇다.

WSJ에 따르면, 뉴욕 자빗츠 센터(Javits Center) 전시장에는 반짝이는 신차들과 강렬한 음악 속 차량 공개 행사로 북적였고, 최신 전기차(EV)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실내 주행 트랙도 마련됐다.

현대 팰리세이드

(2024 뉴욕 국제 오토쇼에 전시된 현대 펠리세이드.모터 트렌드 )

그러나 '관세'는 어디서든 피해갈 수 없는 주제였다. 스바루 전시관에서 제프 월터스(Jeff Walters) 미국 영업 책임자는 새로운 아웃백 SUV를 공개하며 기자들 앞에서 환하게 웃었지만, 첫 질문부터 여섯 번째 질문까지 모두 차량이 아닌 관세 관련 내용이었다. 결국 그의 미소는 금세 사라졌다.

닛산 부스에서는 관세 이슈를 오히려 마케팅에 활용했다. 패스파인더 SUV와 같은 미국 생산 모델에는 "새로운 관세로부터 자유로운 당신의 오아시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었다. 이 스티커에는 미국 지도가 그려져 있고, 닛산의 테네시 공장이 있는 위치에 별표가 표시돼 있다.

닛산은 미국 내 판매량의 절반을 수입 차량에 의존하고 있다. 닛산 아메리카 회장 크리스티앙 뮈니에(Christian Meunier)는 "트럼프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일상적인 경영은 쉽지 않지만, 생산 거점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잇따른 관세 부과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고,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고 밝혔다.

EV 시승과 신차 공개는 계속

비록 관세가 대화의 중심이었지만, 전시회 본연의 목적도 살아 있었다.

전시장 1층에서는 전기차의 정숙성과 토크를 체험할 수 있는 주행 트랙이 운영됐다.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고 방문객이 동승하는 방식으로, 급가속 후 급정지, 급커브, 험로 주행 등이 이어졌다.

기자는 캐딜락 리릭(Lyriq), 기아 EV6, 쉐보레 이쿼녹스, 폭스바겐 ID.버즈(ID.Buzz) 등을 시승했다. 모두 강력한 토크로 인해 네 바퀴를 돌고 나면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ID.버즈는 앞좌석에 마사지 기능이 있어 다소 위안이 됐다.)

스바루의 '역대급' 아웃백 리디자인

스바루는 6년 만에 자사 베스트셀러 모델인 아웃백의 완전 변경 모델을 공개했다. 발표 행사에는 수많은 관람객이 몰렸고, 전시 부스는 가짜 숲과 레인저 스테이션, 새소리 등이 어우러진 '캠핑장 콘셉트'로 꾸며졌다.

199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한 아웃백은 왜건과 SUV의 경계에 있는 모델로, 이번 리디자인 모델은 외관을 더 크고 견고하게 만들어 완전히 SUV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일부 스바루 마니아들과 자동차 전문 기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왜건이 아니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카 앤 드라이버》는 "이제는 왜건이 아니라 중형 SUV로 분류하겠다"고 밝혔다. 월터스는 무대 위에서 이 논란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가장 대담한 리디자인"이며 "더 SUV스러워졌다"고 강조했다.

럭셔리 오프로더도 대거 등장

요즘 자동차 브랜드들은 미래 콘셉트를 보여주는 전시용 차량보다는 실제 양산 가능성이 높은 모델 위주로 공개하고 있다. 그중 제네시스는 전기 SUV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전기차'와 '오프로더'라는 이번 쇼의 두 가지 큰 흐름을 결합했다.

뉴욕에 위치한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공개된 이 콘셉트카는 각진 디자인과 LED 헤드라이트 바를 통해 레트로하면서도 미래적인 외관을 자랑했다. 이 차량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나 벤츠 G바겐과 경쟁할 고급 SUV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지프 왜고니어 오버랜드, 더욱 강력해진 현대 팰리세이드 등 다양한 고급 오프로더들이 대거 전시됐다.

관세 불확실성, 업계 우려 커져

업계 관계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관세 정책이 자동차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수요일 열린 EV 변화 관련 패널 토론에서 존 보젤라(John Bozzella) 자동차 혁신 연합 회장은 "최종 조립 및 부품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관세의 불확실성과 급격한 도입은 차량 가격 상승과 판매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 산업은 규모가 매우 크다"며 "제조업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조정 기간과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오토쇼와 연계된 업계 컨퍼런스에서는 거의 모든 패널 세션에서 관세 이슈가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