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6 06:54 AM
By 전재희
대체 수입처가 부족한 분야 중심으로 관세 면제 진행
중국 정부가 다른 국가로부터 대체 조달이 어려운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면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일부 미국산 제품 수입업자들에게 최근 인상된 125%의 관세율을 특정 품목에 한해 면제해주겠다고 통보했다. 해당 품목에는 일부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의료 제품, 항공 부품 등이 포함된다.
이번 조치는 중국 경제의 취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있다. 첨단 기술, 항공우주, 제약 등 분야에서 중국 산업은 여전히 미국산 부품과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산 스마트폰, 노트북, 기타 전자제품에 대해 '상호 관세' 면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미국 역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초반 중국산 제품 전체에 누적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대응해 중국은 에너지 제품과 일부 자동차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선별적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로 모든 중국산 제품에 34% 추가 관세를 적용하자, 중국도 전면적인 보복관세를 시행하여 현재 미국산 제품 전체에 1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두 명의 반도체 무역업자에 따르면, 중국 세관은 4월 24일부터 미국산 중앙처리장치(CPU)를 포함한 8개 카테고리의 반도체 제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산 메모리칩에는 여전히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인텔(Intel)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가 개발한 일부 반도체 제품은 면제 대상이 되었지만,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의 일부 메모리칩 제품은 계속해서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중국 당국은 미국산 수입품 가운데 향후 관세를 철폐할 품목 목록을 준비 중이며, 여기에 일부 산업용 화학제품(예: 석영, 에탄), 노광 장비, 헬리콥터, 백신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목록은 변경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당국은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미국산 제품을 관세 면제 대상으로 삼을지 파악하기 위해 기업과 산업 단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구조적 취약성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공식적인 면제 발표는 자제하고 있으며, 향후 협상 여지를 남기려는 의도도 있다고 한다.
이번 조치는 여러 정부 부처가 협력해 진행하고 있으며, 국무원 산하 관세세칙위원회(Customs Tariff Commission)가 총괄하고 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American Chamber of Commerce in China) 회장 마이클 하트(Michael Hart)는 "중국은 자국 경제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관세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트 회장은 또한, 중국 정부가 중국 내 미국 기업들에게 어떤 부품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대체 불가능한지 문의해왔다고 전했다.
하트 회장은 제약 회사들이 일부 미국산 의약품에 대해서도 125% 관세가 면제됐다는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여전히 125% 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국 경제에 꼭 필요한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로 면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하트 회장은 말했다. "이 상황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대체 가능한 미국산 제품은 배제하고, 현재로선 대체할 수 없는 제품만 받아들이며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중국 항공 당국은 일부 항공사에 대해 미국산 항공기 및 부품 수령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지만, 항공기 부품(예: 엔진)에 대한 면제 조치를 통해 항공기 정비 및 제조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의 자체 항공기 제조사인 코맥(COMAC)도 여전히 외국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샤먼항공(Xiamen Airlines)과 에어차이나(Air China)로 인도될 예정이던 보잉(Boeing) 항공기 세 대가 미국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중국 당국은 미국으로부터 임차하는 항공기에 대해서도 관세 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항공우주 부품 공급업체 사프란(Safran)의 올리비에 앙드리에스(Olivier Andrie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금요일 실적 발표 전화회의에서, "중국이 엔진, 착륙 장치 및 기타 부품의 납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