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30 07:22 AM

미국 경제, 1분기 0.3% 역성장...예상치 밑돌아

By 전재희

2025년 1분기 미국 경제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관세 부과에 앞서 수입 물량을 앞당겨 확보하면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계절 조정 및 인플레이션 조정 기준으로 **연율 -0.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2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인 +0.4% 성장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GDP

(GDP 동향 및 예측. WSJ)

1분기 성장률에 가장 큰 부담을 준 것은 **순수출(Net exports)**이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많이 늘어나면서 GDP에서 4.83%포인트를 깎아먹었다.
특히 수입은 연율 기준 41.3% 급증했는데, 이는 많은 기업들이 올해 1분기에 적용되기 시작한 관세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물품을 들여온 영향이다. 현재 2분기에는 관세가 더욱 크게 인상된 상태다.

웰스파고(Wells Fargo)의 이코노미스트 섀넌 그레인(Shannon Grein)은 "GDP 수치만 보면 경제가 약해 보이지만, 이는 관세에 따른 선제 수입이 크게 반영된 결과"라며 "실제로는 수요 측면에서 비교적 탄탄한 보고서였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되자 주식 시장은 급락세를 보였다.

이번 GDP 발표는 2025년 1월~3월 분기의 첫 주요 경제 지표로, 조 바이든 대통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된 시기와 겹친다. 1월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이었으며, 로스앤젤레스의 산불과 전국적인 겨울 폭풍으로 타격을 입은 시기였다.

GDP 계산상 중요한 점은 수입은 외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출로 간주되므로, 수입이 늘어나면 GDP 계산에서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경제의 내재적 수요를 측정하는 지표인 **민간 국내 최종 판매(Final sales to private domestic purchasers)**는 연율 3% 증가했다.

소비자 지출은 1.8% 증가해 전분기의 4%에서 크게 둔화되었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소프트웨어·R&D·기계·건축물 등에 대한 기업 투자는 연율 9.8% 증가해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발표했다가 이후 유예했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후 4월 2일, 2분기 시작과 함께 **훨씬 더 광범위한 관세 확대('해방의 날' 발표)**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고 제조업 일자리를 되돌려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이 관세 부과 전에 제품을 들여오면서 3월 상품 무역 적자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 초 미국 경제는 2024년의 안정적 성장세와 물가 안정세를 이어받아 양호한 출발을 보였다. 실업률은 4.1%를 유지했고, 1분기 신규 고용은 45만6천 명으로, 전분기(62만8천 명)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 향후 경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자들도 타격을 받았다. 관세와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2022년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아메리칸 항공, 펩시코, 프록터앤갬블(P&G) 등 주요 기업 CEO들은 잇따라 관세 정책의 오락가락 행보가 기업 운영을 어렵게 하고,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GM(제너럴모터스)**는 관세 여파로 2025년 수익 전망을 철회했다.

**콜게이트-팔몰리브 CEO 노엘 월리스(Noel Wallace)**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불확실성은 소비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사람들이 식료품 저장 공간을 줄이고, 치약 하나, 바디워시 하나 덜 사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관세 인상 전 미리 물건을 사두는 '선구매'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3월 자동차 판매가 급증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있다.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Diane Swonk)는 "앞당겨 사는 사람은 미래의 수요를 미리 끌어오는 셈이므로, 오히려 향후 성장률을 낮추게 된다"고 지적했다. GDP 계산에서는 수입이 마이너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런 '패닉성 소비'는 지표를 왜곡시킬 수 있다.

관세로 인해 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과 경제 성장세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미 연준(Fed)은 딜레마에 빠졌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4월 중순에 "단기적으로는 관세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실업률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실업률이 더 악화되고, 고용을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더 뛸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