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3 08:10 AM
By 전재희
미국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무역 긴장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금) 보도했다.
WSJ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0.3% 감소했지만, 이는 기업들이 관세 부과 전 수입을 서두른 데 따른 일시적인 왜곡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소비와 고용 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지난달 미국 고용 시장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3개월 동안 월 평균 15만5천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이는 2024년 월 평균 고용 증가폭(16만8천 개)보다 소폭 낮지만 안정적인 수준이다.
관세 불확실성... 기업 투자·소비 심리 위축 우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급변하는 관세 정책과 정부 지출 축소, 이민 제한 등은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145% 관세 부과는 물류 차질과 유통업계의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칩틀레 등 주요 외식 체인들은 미국 내 매출 감소를 보고했으며, 프록터앤갬블(P&G), 처치앤드와이트(Church & Dwight)도 1분기 미국 시장에서 성장 둔화를 겪었다. 항공업계에서는 아메리칸항공과 델타항공이 "가격에 민감한 국내 여행 수요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 역시 불확실성에 따라 수익 전망을 철회하고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관세로 인해 순이익의 최대 25%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애플은 "관세로 인해 이번 분기에만 약 9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 투자 차질... 관광산업도 여파"
미국 제조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일리노이주 제조업협회 마크 덴즐러 회장은 "처음엔 규제 완화와 감세에 기대를 걸었지만, 관세가 불확실성을 초래하며 투자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한 독일계 기업은 중국산 생산장비 도입을 철회했으며, 이는 신규 고용 창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관광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WSJ에 따르면 올해 3월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특히 캐나다인 관광객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반발해 미국 방문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단기 경기 침체 가능성 여전"... 경기 지표는 견고
WSJ는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현재까지의 경제 지표는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물가 조정 후 4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0.5% 감소했지만, 이는 3월의 1%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라는 평가다.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4월 초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 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은 45%로 1월(22%) 대비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다만 이는 2022년 10월 예측치(63%)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EY-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다코는 "백악관이 일부 관세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60%에서 45%로 낮췄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력 부족 문제도 지속적인 구조적 과제로 지적됐다. 플로리다주 베리 농장 대표 게리 위슈나츠키는 "캐나다 수출이 중단되며 새로운 판로를 국내에서 찾아야 했다"며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라고 말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로건 클러치사의 CEO 앤드류 로건은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미국 내 공급망 자체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