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3 09:50 PM
By 전재희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부 관계자들이 특정 비영리단체의 세금 면제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세청(IRS) 내부 일부 관계자들은 이러한 논의가 IRS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최근 몇 주 간 IRS 내부에서는 비영리단체의 면세 자격 박탈 요건 변경 가능성을 두고 장시간 회의가 이어졌다. 논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IRS 임시 수석 법률고문 앤드루 드 멜로(Andrew De Mello)**가 부임한 직후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드 멜로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교육부 감찰관으로 지명됐던 인물이다.
드 멜로는 비공식적으로 비영리 관련 규정에 대해 세금면제 부서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했으며, 형사조사부 부국장인 게리 셰플리(Gary Shapley) 역시 일부 비영리단체의 자격을 우선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발언을 회의 중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IRS의 일부 전·현직 관계자들은 이번 논의가 기관의 오랜 비정치적 운영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버드대학교의 면세 자격 박탈을 공언한 바 있으며, 향후 다른 기관들로도 그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 외부의 트럼프 측 인사들 역시 수개월 전부터 비영리단체의 세금 혜택 및 기금 운용 방식에 대해 집중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부 대변인은 "드 멜로의 회의는 일반적인 절차의 일환이며, 법률고문은 정책결정권자가 아닌 자문역할"이라고 해명했다. IRS는 공식적인 언급을 거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하버드대학교의 연방 지원금 동결을 지시한 데 이어, 세금 면제 자격까지 철회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해당 조치는 IRS가 하버드가 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야만 가능하다. 하버드 측은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수백 개 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도 중단한 바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세금 혜택 박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직 IRS 변호사 필 해크니(Phil Hackney)는 "이런 상황은 전혀 정상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드 멜로가 전 수석고문 윌리엄 폴(William Paul)을 논의에서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정책을 주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폴은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조치에도 우려를 표명했던 인물이다.
드 멜로는 원래 IRS 내부 인사였지만 수석 법률고문직의 승계 우선순위에 들지 않았으며, 2020년 교육부 감찰관으로 지명됐지만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IRS 수석 법률고문이었던 도널드 코브(Donald Korb)를 같은 자리로 재지명했다.
IRS는 역사적으로 비영리단체의 세금 면제 자격을 박탈하는 데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1970년대 밥 존스 대학교(Bob Jones University)의 세금 혜택 박탈 사례나, 1993년 사이언톨로지 교회와의 합의 사건 등은 IRS의 오랜 경계심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전직 IRS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다양성(Diversity)을 표방하는 비영리단체를 주요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 IRS 내부 변호사들은 지난해 말 메모를 통해 대입 소수자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금지한 대법원 판결이 다른 다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으나, 향후 이 메모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무부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작성된 분석을 겨냥한 주장은 물타기"라며,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가 세금 혜택을 받는 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IRS의 비영리단체 규제 부서는 인력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며, 과거에도 보수 성향 단체에 대한 편향적 감사 논란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 이후 정치 활동 참여 기준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려 했으나, 비판 여론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IRS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감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복음주의 목사들과의 회동에서 IRS와 FBI의 표적 수사를 당했다는 호소를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