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3 06:17 AM

4월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대비 2.3% 상승

By 전재희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하며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월의 2.4%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이며, 시장 전망치였던 2.4%를 하회한 결과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13일(화) 발표를 통해 4월 CPI가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와 일치하는 수치로, 전달인 3월에는 물가가 0.1% 하락한 바 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전년 대비 2.8% 상승해 시장 예상과 같았다.

이번 연간 CPI 상승률 2.3%는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당시부터 공급망 병목과 보복소비 수요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물가가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었다.

월마트 매장

(월마트 매장. 자료화면)

물가 둔화 소식에 미국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S&P 500 지수 선물은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하락세를 보였다. 하루 전에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간 부과한 고율 관세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하며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기업 혼란 가중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초 모든 수입품에 10%의 일괄 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일부 국가에는 보다 높은 세율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관세 정책은 급변하며, 일부 관세는 유예되었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최대 145%까지 인상되었다.

하지만 지난 월요일, 미국과 중국은 상호 제품에 부과한 일부 고율 관세를 90일간 일시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무역에 민감한 기업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으나, 급변하는 정책 흐름에 장기적인 비즈니스 계획 수립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보다 관세 수준은 여전히 높은 상태이며, 이에 따라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격 인상 피할 수 없어"...소매업계 속앓이

소매업체들은 당분간 소비자 가격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 시행 전에 수입 물량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에도 재고를 미리 확보한 것이 가격 상승 시점을 다소 늦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게이펜 모건스탠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사례를 보면, 관세가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일정한 시차가 존재한다"며 "지금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들은 2~3개월 전 체결된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가 실제로 얼마나 유지될지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즉각적인 공급망 변경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제품과 부품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다른 국가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나, 대체 국가들 역시 관세 대상이거나 생산 비용이 더 높은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준, 기준금리 동결..."관망 기조 유지"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관세 정책으로 인한 실업률 상승과 물가 불안정성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무역과 재정 정책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연준이 현재의 관망 기조를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단기간 내 종료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