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3 07:13 AM
By 전재희
ALS 환자 대상 테스트... Synchron과 협력해 뇌파 기반 제어 가능성 제시
애플이 인간의 생각으로 아이폰을 제어하는 차세대 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 도입에 나섰다. 이 기술은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특히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스타트업 '싱크론(Synchron)'과 협력해 새로운 기술 표준을 개발 중이며, 올해 말 이를 개발자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 표준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기능성과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ALS 환자, 생각만으로 Apple Vision Pro 제어
ALS(루게릭병) 환자인 마크 잭슨은 싱크론이 개발한 '스텐트로드(Stentrode)'라는 뇌 임플란트를 통해 애플의 가상현실 기기인 'Vision Pro'를 제어하고 있다. 그는 직접 산에 오르지 않았지만, 가상현실에서 스위스 알프스 정상에 선 듯한 경험을 했고, 다리가 떨리는 생생한 감각을 느꼈다고 전했다.

잭슨은 "아직 기술은 초기 단계이며, 마우스 커서를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손가락으로 터치하듯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뇌 임플란트를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 Vision Pro를 천천히 조작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뇌파를 읽는 '스텐트로드' 기술
싱크론의 '스텐트로드'는 뇌의 운동 피질 위 정맥에 삽입하는 스텐트형 장치다. 내부의 전극(16개)이 뇌파를 감지해 이를 화면에서 아이콘 선택 등으로 전환한다. 이 장치는 애플의 '스위치 컨트롤(Switch Control)' 기능과 연동돼, 뇌파를 입력 장치로 인식시킬 수 있다.
애플은 2014년에도 청각장애인을 위해 보청기와 아이폰 간의 블루투스 통신 표준을 제정한 바 있으며, 이번 BCI 기술 표준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머스크의 뉴럴링크, 더 빠르고 정밀한 제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뉴럴링크(Neuralink)'의 임플란트인 'N1'은 뇌 내부에 1,000개 이상의 전극을 심는 방식으로, 훨씬 더 많은 뇌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뉴럴링크의 첫 번째 사용자 사례에서는 마우스를 능숙하게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보여주며 주목을 받았다.
반면 싱크론의 장치는 뇌 밖의 정맥에 설치되어 침습성이 낮고, 임상적으로 더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데이터 처리량은 뉴럴링크에 비해 낮다.
싱크론은 2019년 이후 총 10명의 환자에게 스텐트로드를 이식했으며,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CEO 톰 옥슬리는 "2030년 상용화 이전에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감을 나타냈다.
잠재 수요는 약 15만 명...장기적으로는 일반인 확대도
모건스탠리는 미국 내 상지 마비 등으로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약 15만 명이 초기 BCI 기술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 기술이 단순한 의료 보조를 넘어, 인류의 두뇌 능력을 확장시키고 인공지능(AI)과의 경쟁에서 인간이 뒤처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애플, "생각으로 조작하는 시대 준비"
애플은 아직 본격적인 BCI 장치를 자체 개발하진 않았지만, 향후 뉴럴링크 등 FDA 승인을 받은 기기들과 연동을 염두에 두고 기술 표준을 마련 중이다.
지금까지는 키보드, 마우스, 터치스크린 등 물리적 행동을 기반으로 기기를 조작했지만, 이제는 '의도'만으로 기기가 반응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애플의 이번 행보는 장애인 접근성 향상이라는 당장의 목적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인간과 기계의 소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미래 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