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5 06:57 AM

유나이티드헬스, 메디케어 사기 혐의로 형사 수사...주가 급락·CEO 교체 속 위기 심화

By 전재희

미국 최대 민간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itedHealth Group)이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icare Advantage)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해 미 법무부로부터 형사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수사는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화됐으며, 법무부 형사부 산하 건강보험사기 전담팀이 주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수사의 정확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사업 전반에 걸쳐 환자 진단 기록을 과도하게 부풀려 정부 보조금을 과잉 청구했을 가능성이 초점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나이티드헬스

(유나이티드헬스. 자료화면)

유나이티드헬스는 성명을 통해 "형사 수사에 대해 어떤 공식 통보도 받지 않았다"며 "당사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의 진실성과 완전성을 확신한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관련 사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번 형사 수사는 이미 진행 중인 민사 수사 및 반독점 조사에 더해진 것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나이티드헬스가 자회사인 옵텀(Optum)의 진단 코드 관행과 관련해 민사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일부 진료기록이 실제 환자의 상태와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록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현재 경영진 교체와 재무 불안정으로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CEO 앤드루 위티가 전격 사임하고, 전 CEO였던 스티븐 헴슬리가 회장직과 CEO직을 겸임하며 복귀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유나이티드헬스 주가는 지난 한 달간 약 50% 가까이 하락했다.

회사는 최근 수년간 각종 악재에 시달려왔다. 2024년 말에는 보험 부문 CEO였던 브라이언 톰슨이 뉴욕시에서 피격돼 사망했으며, 지난해 해킹 사고로 인해 전국의 의료기관 청구 시스템이 수개월간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정부의 건강보험 지출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민간 메디케어 보험사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총책임자로 임명된 메흐메트 오즈 박사는 3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유나이티드헬스를 포함한 민간 보험사의 과다 청구 문제에 대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법무부는 전통적으로 병원, 의사, 검사기관 등 의료 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사기 수사를 진행해왔지만, 최근에는 정부 자금을 관리하는 보험사로 수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제도는 환자가 아플수록 보험사가 더 많은 보조금을 받는 구조여서, 일부 보험사들이 허위 또는 과장된 진단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유출된 내부 이메일에서는 유나이티드헬스 변호사가 전 직원에게 "옵텀의 청구 코딩 관행에 대해 정부가 질문하고 있다"며, "조사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언급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편, 유나이티드헬스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11년 내부고발자가 제기한 소송은, 유나이티드헬스가 약 20억 달러 상당의 진단 코드를 제출하면서도 상당수가 환자의 의무기록과 일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정부는 2017년에 해당 소송에 정식 참여했다.

하지만 법원이 지정한 특별 심사관은 지난 3월 "정부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사건 기각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반발했고, 유나이티드헬스는 "정부 주장의 근거 없음이 확인된 것"이라며 반박했다. 현재 최종 판결은 내려지지 않았다.

유나이티드헬스는 2024년 말 연례 보고서에서 "다수의 정부 조사와 감사, 검토를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 드러난 형사 수사와 반독점 수사, 민사 사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정부와 투자자의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유나이티드헬스는 전방위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번 형사 수사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