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7 07:59 AM
By 전재희
굶주림, 불면, 공습의 위협에 지친 주민들, 무장단체 하마스에 반대 시위 확산
가자 전쟁이 20개월에 접어들면서, 하마스는 전례 없는 내부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이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팔레스타인 민중이 하마스를 향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하마스는 2007년 가자지구 장악 이후 비판자들을 체포하거나 살해하고, 침묵을 강요하며 강압적으로 통치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특히 북부 가자지구의 베이트라히야를 중심으로 하마스에 대한 저항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하마스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베이트라히야에서 시작된 시위는 곧 가자지구 전역으로 퍼졌고, "하마스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는 대규모 군중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섰다. 이후에도 규모는 작지만 열정적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하마스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 듯한 분위기다.

가자 내부 언론 보도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집트, 터키, 유럽, 미국 등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계 인플루언서들이 SNS를 통해 시위를 지지하고 영상과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시위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터키에 거주하며 SNS 팔로워 12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인플루언서 하므자 알 마스리는 "나는 시위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하마스는 가자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알 아즈하르 대학교의 정치학 교수로 현재 카이로에 거주 중인 므하이마르 아부사다는 이렇게 말했다.
"베이트라히야뿐만 아니라 가자 전역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하마스가 주민들의 삶이나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오직 자기 생존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베이트라히야 주민들은 특히 많은 농지와 자산을 이스라엘 공격으로 잃었고, 이로 인해 하마스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마스 측은 이 불만에 대한 언론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최근 며칠 사이 하마스를 향한 압박은 더 거세지고 있다. 금요일 새벽, 이스라엘은 베이트라히야와 인근 자발리야 난민캠프에 공습을 가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베이트라히야 공습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으나, 가자 전역에서 150개 이상 목표물(테러 조직, 무기 저장소 등)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 일대 점령 확대를 위한 지상군 배치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공습은 주민들의 불만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베이트라히야의 활동가 아흐메드 알 마스리(26)는 "공습 이후 사람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가 저지르는 일은 말도 안 되고 미친 짓이다. 이 분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습 수 시간 전,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공격 당시 생포했던 마지막 미국인 인질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측은 이 석방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선의의 표시이며, 인도적 지원과 휴전 협상 재개를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당국자는 "조건 없는 석방"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가자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식량, 약, 물, 거처 부족 등으로 인해 시위가 줄어들었지만, 3주 전에도 베이트라히야에서는 수백 명이 거리로 나왔다. 금요일 공습 이후, 토요일에도 시위를 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팔레스타인정책연구센터(PCPSR)가 이달 초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자 주민의 약 절반이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가자시에서 북쪽으로 4마일, 이스라엘 국경에서는 불과 2마일 떨어진 베이트라히야는 가자 내에서 비교적 부유한 지역이다. 약 10만 명의 주민들 중 상당수가 농업에 종사하며, 특히 딸기("붉은 금"이라 불림)와 꽃을 이스라엘과 유럽에 수출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토지와 재산이 파괴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베이트라히야는 가자지구 전체의 채소·과일 바구니였어요,"라고 주민 유세프 라자브(30)는 말했다. "우리는 땅을, 생계를 잃었어요. 이제 남은 게 뭡니까?"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습은 수많은 집을 무너뜨렸고, 지상군 투입과 함께 수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1월 중순, 일시적인 휴전 합의 이후 주민들은 폐허가 된 동네로 돌아왔지만, 3월 협상이 결렬되며 다시 공습이 시작되었고,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무장대원들이 베이트라히야 주민 아흐메드 알 마스리의 지역에 로켓을 쏘기 시작했다. 이 로켓은 하수도 관으로 만든 것이라고 주민들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곧 전단을 뿌려 주민들에게 다시 대피하라고 명령했고, 이 명령이 시위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주민들과 시위 주도자, 전문가들은 말했다.
"그때 모든 게 터졌어요.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고, 하마스도 원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아흐메드 알 마스리는 말했다.
유력 가문과 부족 원로들도 분노했고, 활동가 및 주민들과 함께 회의를 연 후 페이스북에 시위 참여를 요청했다. 일부는 집집마다 찾아가거나 차량에 확성기를 달고 호소했다.
"대피 명령이 나오면서 공포의 벽이 무너졌어요,"라고 라자브는 말했다.
과거 하마스는 시위를 강력하게 진압했지만, 이번에는 위축된 상태로 시위대에 협박은 했지만 실질적인 무력 진압은 하지 못했다.
시위가 시작된 3월 말, 터키에 있는 하므자 알 마스리는 시위 주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표현했다.
가자 북부 베이트 하눈 출신인 그는 10대 시절 하마스에 동참했지만, 20대 후반에는 환멸을 느꼈고, 2017년 하마스에 의해 여러 차례 구금·폭행을 당하며 SNS 비판 글을 올리지 못하게 억압받았다. 2021년, 그는 "자살하거나 가자에서 탈출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며 결국 국외로 탈출했다.
처음에는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지지를 보였지만, 전쟁이 지속되며 입장을 바꾸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주 여론조사에서 10월 7일 공격을 지지한다고 답한 가자 주민은 37%였으며, 이는 2024년 3월의 71%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그는 베이트라히야 인도네시아 병원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현지 활동가들과 연락하며 영상과 사진을 요청해 텔레그램 등 SNS에 올렸다. 전 세계의 다른 인플루언서들도 시위 소식을 퍼뜨렸고, 시위는 곧 '바이럴'이 되었다.
"베이트라히야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라고 마스리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