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9 06:57 AM

미국, 마지막 남은 트리플A 신용등급 상실

By 전재희

무디스, 재정 적자와 이자비용 상승 이유로 미국 정부 등급 강등

미국이 트리플A(AAA) 신용등급을 상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금요일, 지속적인 재정 적자와 늘어나는 이자비용을 이유로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Aa1으로 강등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성명을 통해 "확대되는 예산 적자는 미국 정부의 차입이 가속화될 것임을 의미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예산안 가운데 어떤 것도 정부 지출과 세입 간의 지속적인 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디스

(Photo : )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은 주요 신용평가사 중 어느 곳으로부터도 트리플A 등급을 유지하지 못하게 됐다. **피치(Fitch Ratings)**는 2023년에, **S&P 글로벌(S&P Global)**은 2011년에 이미 미국의 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이번 무디스의 등급은 오스트리아, 핀란드와 동일한 수준이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역대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막대한 재정 적자와 증가하는 이자비용의 추세를 되돌릴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Kush Desai)는 이번 등급 강등의 책임을 바이든 행정부에 돌리며, 무디스의 조치 시점에 대해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남긴 재정적 혼란을 바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무디스가 신뢰할 만한 기관이라면 지난 4년간의 재정 위기 속에서 침묵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디스의 등급 강등은 공화당이 의회에서 대규모 세금 및 지출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해당 법안은 만료 예정인 세금 감면 조치의 연장, 일부 신규 세금 감면 도입, 메디케이드와 영양지원 지출 축소, 국방과 국경보안 예산 증대를 포함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약 3조 달러의 재정 적자 증가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의 재정 보수주의자들은 청정에너지 세금 감면 종료와 지출 삭감을 가속화하기 위해 금요일 해당 법안을 차단했다.

한편, 이번 등급 강등이 미국 국채 시장에 어느 정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과 차입 증가 기대감으로 시장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2011년 S&P의 강등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무디스 조치가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글로벌 기준 역할을 하는 경제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가 최근 무역 전쟁으로 약화된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추가적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대한 프리미엄 요구 수준을 높일 경우, 기준금리가 현재의 4.5%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미국의 경제 성장과 시장 심리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사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인 마이클 구세이(Michael Goosay)는 "부채 이자 부담이 커지면 재정 적자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이번 등급 강등을 설명하며 미국의 재정 상태에 집중했고,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 등 다른 정치적 요인은 크게 반영하지 않았다.

무디스는 "최근 몇 달간 일정 수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있었지만, 미국은 독립적인 연방준비제도(Fed)에 의해 효과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펼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권력분립 체계가 시험대에 오를 수는 있으나, 여전히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과거 미국은 무디스 기준 트리플A 등급을 유지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였으나,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증가하면서 현재 해당 등급을 유지한 국가는 11개국으로 줄어들었다.

무디스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제시하며, 미국 경제의 규모, 회복력, 역동성, 그리고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등은 여전히 예외적인 신용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등급 강등 이후 미 의회의 주요 인사들도 즉각 반응을 내놨다.

하원 예산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브렌던 보일(Brendan Boyle, 펜실베이니아)은 "이번 강등은 미국의 재정 전망이 악화되고 있으며, 공화당이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명백한 경고"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자신들이 초래한 피해를 자각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프렌치 힐(French Hill, 아칸소)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공화당)은 "이번 강등은 우리나라의 재정이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음을 상기시키는 강력한 경고"라며, 공화당은 재정 건전성 회복, 부채의 구조적 원인 해결, 성장 중심의 경제환경 조성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