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9 07:18 AM
By 전재희
많은 주립대학들이 매년 학생 수를 잃고 있으며, 한때 지역 경제의 원동력이던 대학 도시들도 점점 쇠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한 때 학생들로 붐비던 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Western Illinois University)의 고층 기숙사 세 동은 학생 부족으로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다. 이 중 한 곳은 현재 경찰 훈련장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교내 총기난사 상황을 대비한 훈련 후에는 뒤엉킨 가구들과 고무 팁 총알, 페인트볼 탄피들이 남아 있다.

인근 기숙사 건물들은 철거되어 잡초가 무성한 공터가 되었고, 이번 여름에는 두 개의 기숙사가 추가로 문을 닫는다. 한때 학생들로 북적이던 프랫하우스와 임대 주택은 이제 빈 땅이 되었고, 학기 중에 차량이 정체되던 거리들도 지금은 한산하다.
28년간 웨스턴일리노이대 경찰로 근무했던 매콤 출신 칼립 맥그루더(Kalib McGruder)는 "마치 도시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느낌입니다"고 말했다.
매콤은 이제 새로운 '러스트벨트(Rust Belt·쇠퇴한 공업지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대학들이 흔들리면서, 한때 호황을 누렸던 대학 도시들도 위기를 맞고 있다. 많은 공립 대학들이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매콤 시내도 예외는 아니다. 캠퍼스 근처 130년 된 고풍스러운 건물 한 모퉁이에 자리한 '설리번 테일러 커피하우스'는 학기 중에도 손님이 거의 없다. 주인 브랜든 톰슨(Brandon Thompson)은 퇴직연금을 깨고, 신용카드 한도를 다 써가며, 집 인터넷까지 끊은 채 간신히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정말 뼈만 남은 상태예요," 톰슨은 말했다. 그는 파산 신청까지 고려 중이다.
한때 지역경제의 중심이던 대학들, 더 이상 버팀목이 아니다
수십 년간 미국의 대학들은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엔진 역할을 해왔다. 대학 예산은 학생 수 증가에 힘입어 팽창했고, 이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 소비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성장은 멈췄고, 대학 도시들은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브루킹스 메트로(Brookings Metro)의 분석에 따르면, 고등교육에 의존하는 도시 중 4분의 3은 2011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전체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 10년간 이들 도시 대부분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15~17년 동안 재정 위기가 계속되고 있어요,"
아팔래치안 주립대 교수 앤드루 코리치(Andrew Koricich)는 말했다.
"특히 거액의 기금을 갖고 있지 않은 소규모 대학 도시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죠."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연방 예산 삭감은 아이비리그와 주립대 모두에 채용 동결과 해고를 야기했다. 유학생 비자 제한 정책은 유학생의 높은 등록금에 의존하는 주립대 재정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고등학교 졸업생 수는 올해 정점을 찍은 뒤, 내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출생아 수는 2007년 4,3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거의 매년 줄어들고 있다.
명문대는 여전히 번창... 지역대학은 쇠퇴
강한 브랜드와 인기 스포츠 프로그램을 보유한 대형 플래그십 주립대들은 여전히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미시간대(Ann Arbor), 위스콘신대(Madison), 플로리다대(Gainesville) 등은 기숙사와 식당, 바가 학생들로 붐빈다.
WSJ가 50개 주의 공립 4년제 대학 748곳을 분석한 결과, 2015년 대비 2023년까지 플래그십 대학의 등록 학생 수는 9% 증가한 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주립대는 2% 감소했다. 수만 명의 학생이 위기에 처한 대학 도시를 떠난 셈이다.
예를 들어, 테네시주 플래그십 대학인 테네시대 녹스빌 캠퍼스는 2015년 대비 2023년에 등록 인원이 30% 증가했지만, 주 내 10개 지역 주립대의 등록 인원은 3% 감소했다. 위스콘신주의 경우, 매디슨 캠퍼스는 16% 증가한 반면, 지역 캠퍼스들은 9% 감소했다.
이러한 명문대의 성장과 함께, 해당 도시의 경제도 미국 평균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중 상당수는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높은 등록금과 시간 대비 투자 수익이 낮다고 판단해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다.
지역 대학과 도시의 악순환
웨스턴일리노이대학교가 있는 매콤시는 특히 타격이 크다. 매콤 캠퍼스 등록 인원은 2010년 10,377명에서 2024년 5,511명으로 47% 줄었다. 같은 기간 도시 인구도 23% 감소해 현재는 약 1만4,765명이다.
2015~2017년 사이 일리노이 주의 예산 교착 상태로 주 정부 지원금이 2년 가까이 끊기면서 대학은 해고와 예산 삭감을 단행해야 했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 축소, 수업료 인상 등이 이어졌고, 학생 유치도 어려워졌다.
학내 보행로와 건물의 균열은 눈에 띄며,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는 폐쇄된 건물도 보인다. 한편, 주 정부 자금으로 추진 중인 1억 달러 규모의 공연예술센터는 희망적인 소식 중 하나다.
웨스턴일리노이대 학생 타이 케니(Ty Kenney)는 말한다.
"교수님들이 엄청 부족해요. 남은 분들께서 정말 한계까지 일하고 계시죠."
교직원 수는 지난 11년간 38% 줄었다. 도서관 사서이자 부교수인 크리스타 바워스 샤프(Krista Bowers Sharpe)는 28년 근무 후 최근 해고 통보를 받았다.
'붐타운'에서 '고립된 도시'로
웨스턴일리노이대가 설립된 1899년 이후 매콤은 대학과 운명을 함께해왔다. 1960~70년대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학 진학 열기로 캠퍼스가 활기를 띠었고, 1973년 등록 인원은 1만5,469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땐 정말 붐타운이었죠,"
매콤 시장 마이클 인맨(Michael Inman)은 회상한다.
하지만 2011년 이후 학생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시의 판매세 수입도 학생 수 감소에 비례해 줄었다고 시장은 밝혔다.
2017년 여성학 교수직에서 해고된 홀리 스토벌(Holly Stovall)은 헬스장 회원권과 가사도우미를 끊고, 값싼 슈퍼마켓으로 장보는 장소를 바꾸었다. 식당 외식도 줄였다기보다는, "식당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한다.
현재 그녀는 남편과 함께 시카고로 이주해 파트타임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남편은 매콤까지 기차로 통근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다면 매콤은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에요."
회복을 위한 노력과 시민들의 불안
시당국은 경제 다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동쪽 외곽에는 NTN-바워의 베어링 공장과 펠라의 창호 공장이 있으며, 두 곳에서 1,000명 이상을 고용 중이다. 제조업 일자리는 되레 증가세다.
시장 인맨은 TJ맥스, 하비로비(Hobby Lobby), 곧 들어설 치폴레(Chipotle) 매장을 희망적인 변화로 꼽는다. 나아가 4,000석 규모의 실내 스포츠 복합단지 조성 계획도 발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음악 교수 남편을 둔 셰이브드 아이스 가게 운영자 앤 토마스(Ann Thomas)는
"남편은 예전엔 안정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확실히 불안한 구름이 드리운 상태예요."
그들 부부는 집을 팔고 임대주택으로 이사할지를 고민 중이다. 혹시 모를 해고 여파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