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0 06:55 AM
By 전재희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 추방 추진 속에서도 고용 증가 지속... 생계 위해 일터 나서는 이민자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이민자 추방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이민자 노동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추방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많은 이민자들이 생계를 위해 일터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특히 불법 체류 이민자들에게 의존하는 건설업, 식당업, 청소 및 조경 서비스, 식품 제조업 등 주요 산업에서는 인력 부족 현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4월 가계 조사에 따르면, 외국 태생 노동자 수는 3,180만 명으로 1월보다 0.1%,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이 통계는 합법 및 불법 체류 이민자를 구분하지 않지만, 광범위한 노동력 이탈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민경제학자 타라 왓슨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놀랍다"며 "닭고기 공급 부족이나 건설 비용 급등 같은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카이저 패밀리 재단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이민자의 41%가 자신이나 가족이 체포되거나 추방될까봐 걱정하고 있으며, 이는 2023년의 26%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많은 무허가 체류 이민자들은 차량 보험, 집세, 생계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 추방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 현실의 압박: "무서워도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홈디포 주차장에서 가벼운 건설 일감을 구하던 한 멕시코 출신 이민자는 "물론 무섭다. 하지만 차 보험도 내야 하고 집세도 밀리면 안 되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5년째 합법 체류 신분 없이 미국에 살고 있다.
■ 트럼프, 자진 출국에 $1,000 지급 계획까지 발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추방 작전을 공언했으며, 최근에는 자진 출국을 하는 이민자에게 $1,000를 지급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그의 임기 첫 100일 동안 실제 추방된 이민자 수는 2024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보다 오히려 낮았다.
■ 향후 더 큰 영향은 '국경 유입 감소'에서 발생할 듯
전문가들은 추방보다는 남서부 국경을 통한 신규 유입 감소가 노동력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3년 12월 일일 평균 9,741명이 국경을 넘었던 것과 달리, 2025년 2~4월에는 일일 평균 391명으로 급감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1,200만 명의 이민자가 미국에 유입되었으며, 이 중 약 3분의 2는 불법 입국이거나 임시 보호 신분(asylum, parole 등)을 이용해 입국했다.
■ 워싱턴 D.C. 배달 기사: "시간 없으니 벌 수 있을 때까지 벌어야"
워싱턴 D.C. 시내 한 골목에서는 이민자 배달 기사들이 출입국 단속 소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여 일감을 기다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한 29세 베네수엘라 출신 기사는 "우리는 일하고, 벌고, 또 벌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Uber Eats로 일하며 주 $1,300~$1,500를 번다.
하지만 그는 영어 공부를 그만뒀다며 "이런 정치 상황에서 굳이 영어를 배워봤자 돌아가서 동물들한테 영어 쓸 수는 없지 않나"라고 자조했다.
■ 고용주는 인력 우려... 그러나 당장은 '눈에 띄는 변화 없다'
법무법인 리틀러 멘델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고용주의 58%가 트럼프의 이민 정책으로 인력 문제를 우려하고 있지만, 이민자 의존 산업에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 현상은 보고되지 않았다.
미국건축업협회(NAHB)는 "일부 지역적 인력 제약에 대한 일화적 보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인력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농장국연맹도 "일부 농장에서 직원들이 두려움에 출근을 꺼린다는 보고는 있지만, 전체 농장 운영에 차질이 생길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 노동시장 통계는 이민자 응답률 감소로 정확도 하락
불법 체류 이민자는 정부 조사에 응답하기 꺼려해 정확한 고용 통계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인구조사국의 4월 가계 조사에서는 고졸 이하 비시민권자의 응답 수가 8월보다 16% 감소했고, 이는 21개월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강력한 이민 단속 정책 속에서도 경제적 현실에 밀려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이민자들의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향후 실제 추방 집행 여부, 법원의 결정, 그리고 국경 정책 변화가 미국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