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1 07:38 AM

트럼프의 경제 아젠다, 공화당 내 분열 부른 세금 법안에 달려

By 전재희

공화당 내부 갈등 속 트럼프 대통령, 세금 법안 통과에 전력... 민주당은 강력 반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조 달러 규모 경제 아젠다가 공화당 내부의 분열에 직면해 있다. 이 세금 법안은 내년 중간선거에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WSJ애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팁·초과근무·사회보장 연금에 대한 면세 및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선거 공약을 담은 세금 감면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특히 관세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 가격 상승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세금 법안이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세금 감면을 실현한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된다. 반면 입법이 무산될 경우, 유권자들의 시선은 무역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쏠릴 가능성이 크며, 1기 당시 도입됐던 세금 감면 조치들의 만료로 인해 수백만 가구에 실질적 세금 인상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의회

(미국 의회. 자료화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의원들에게 단합을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SNS를 통해 "공화당 안에 '쇼하는 사람들(GRANDSTANDERS)'은 필요 없다. 말은 그만하고, 행동에 나서라!"고 경고했다. 화요일에는 직접 의회를 찾아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 만나 강력한 지지를 당부했다.

공화당 상원 보좌관 출신 맷 휘틀록은 "이번 법안은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직접 표 확보에 나서고, 참모진도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법안을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강력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감면안을 '부자만을 위한 법안'으로 규정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선례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

수잔 델베네(민주, 워싱턴) 하원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에게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습은 지역사회에 해가 될 법안까지 찬성하는 정치적 자살 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번 법안이 메디케이드와 저소득층 식품 보조 프로그램 등 사회 안전망을 축소하는 대신 부유층과 대기업에 세금 혜택을 준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운동본부는 법안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기 위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광고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의회예산국(CBO)이 화요일 발표한 예비 분석에 따르면, 2027년 기준 이번 세금 및 지출 삭감 조치로 하위 10% 가구는 자원이 2% 감소하는 반면, 상위 10%는 4%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소수의석만 앞선 상황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3명 이상 이탈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현재 일부 보수 성향 의원들은 더 강력한 지출 삭감을 요구하며 법안 지지를 보류 중이고, 반면 정치적으로 취약한 지역구 의원들은 주·지방세 공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화요일 늦게, 공화당 지도부는 고세율 지역 의원들과 협의 끝에 주·지방세 공제 확대안에 근접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의장은 메모리얼 데이 주말까지 하원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원에서는 재정 보수주의자들과 중도 성향 의원 간의 절충이 과제로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을 7월 4일까지 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쟁은 미국 경제가 트럼프의 무역 정책 여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견고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2022년 40년 만의 최고치를 찍은 이후 완화됐고,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다만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수입 급증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소비자와 기업 신뢰도는 하락세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5월 소비자 심리지수 예비치는 50.8로 사상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연방준비은행의 지역별 제조업·서비스업 조사에서도 기업들이 향후 투자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세로 인한 원가 상승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2024년 대선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발판 삼아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경제 운영에 대한 평가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마주하고 있다. 이는 1기 당시 전반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으나 경제 성과에 대해서만큼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던 것과 대비된다.

공화당은 이번 법안을 회계연도당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예산 조정권(reconciliation)'을 통해 단순 과반으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번이 실질적 입법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 상원 선거캠프 본부장 출신 제이슨 틸먼은 "많은 정치인들이 정치 자본을 아끼기만 하려 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활용해 결과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 적자 확대를 우려해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현역 의원들에게 경선 도전을 지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재 제안된 법안은 2034년까지 연방예산 적자를 약 3조 달러 늘릴 것으로 예측된다.

법안은 메디케이드 예산을 6250억 달러 삭감하며, 수혜자의 근로 또는 자원봉사를 의무화하고, 불법체류 이민자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주정부에 대한 예산도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SNAP(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 수급 자격도 축소된다. CBO에 따르면, 2034년 기준 메디케이드 수급자 수는 약 1,03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경사항은 2029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에는 유권자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에 민주당은 중간선거 및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는 사회 안전망을 해체하려 한다"는 메시지로 맞설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미 있는 항목에 대한 삭감은 아니다"라며 "낭비·사기·남용 근절이 초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원 공화당과의 비공개 회의에서는 "메디케이드를 건드리지 마라("Don't f- with Medicaid")"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공화당 내 반대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초능력을 갖고 있다면 손가락을 튕겨 당장 법안을 통과시켰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