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2 06:52 AM

워싱턴 유대인 박물관 인근 총격 사건...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 사망

By 전재희

"Free Palestine!" 외친 용의자 체포... 당국, 반유대주의 기반의 표적 공격으로 판단

워싱턴 D.C. 중심부에 위치한 유대인 박물관 인근에서 21일(월) 저녁, 이스라엘 대사관 소속 직원 두 명이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체포 직전 "Free Palestine!(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라고 외쳤으며, 당국은 이번 사건을 반유대주의적 동기의 표적 공격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경찰에 따르면, 체포된 용의자는 일리노이주 시카고 출신의 엘리어스 로드리게스(30)로, 총격 당시 수도 유대인 박물관(Capital Jewish Museum) 외부를 배회하다 행사 후 귀가 중이던 네 사람에게 접근해 총기를 발사했다. 이로 인해 한 젊은 커플이 중상을 입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 관계자는 로드리게스가 총격 직후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범행을 시인했고, 총기를 어디에 버렸는지도 밝혔다고 전했다. 체포 당시 그는 반복해서 "Free, free Palestine!"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숨진 두 피해자는 각각 26세와 30세였으며, 이스라엘 대사관 소속으로 워싱턴에서 근무 중이었다. 희생자들은 사라 린 밀그림(26)과 그녀의 파트너 야론 리쉰스키(30)로 확인됐다.

Sarah Milgrim and Yaron Lischinsky

(사라 밀그림과 야론 리쉰스키, IsraelinUS X)

사망한 밀그림은 미국 시민으로, 이스라엘 대사관 공공외교 부서에서 일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 구축에 관심을 가져온 인물이었다. 유대 교육자로도 활동해 왔다. 리쉰스키는 독일에서 태어나 16세에 이스라엘로 이주했고, 군 복무를 마친 뒤 대학과 석사 과정을 이스라엘에서 이수한 후, 2022년 9월부터 워싱턴의 이스라엘 대사관 정치부에서 리서치 어시스턴트로 일해왔다.

이스라엘 예히엘 라이터 주미 대사는 "리쉰스키는 다음 주 예루살렘에서 밀그림에게 청혼할 계획이었고, 이미 약혼 반지를 준비한 상태였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현장에는 연방수사국(FBI), 수도 경찰,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이 긴급 출동해 수사에 착수했다. 댄 보지노 FBI 부국장은 "로드리게스는 단독 범행으로 보이며, 현재로선 추가 위협은 없다"고 밝혔다.

법무장관 팸 본디는 "이번 사건은 법의 최대한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한 폭력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직후 라이터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나눴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반유대주의를 근절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다음 날 자신의 SNS에 "이번 워싱턴 총격 사건은 명백히 반유대주의적 테러이며, 이러한 증오와 극단주의는 미국에 설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 대니 다논은 "이번 사건은 반유대주의적 테러 행위이며, 외교관과 유대 커뮤니티를 공격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총격이 벌어진 유대인 박물관은 최근에도 보안 우려를 제기해왔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보안 예산 보조금을 받은 바 있다. 박물관 관계자 베아트리스 거위츠는 NBC4 워싱턴과의 인터뷰에서 "전국 유대 기관들이 점차 고조되는 반유대주의 분위기 속에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동 분쟁과 2023년 하마스의 남부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반유대주의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 내 유대인 커뮤니티를 향한 폭력적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FBI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워싱턴 경찰과 긴밀히 협조 중이며, 백악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