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3 11:37 AM

트럼프, EU와 아이폰에 추가 관세 위협

By 전재희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통령 연이은 SNS 글로 주요 무역 파트너와 빅테크 겨냥
미국 제조업 강화 위한 압박 수위 높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 전쟁에 새로운 포문을 열며 유럽연합(EU)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해외에서 생산된 아이폰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아침 SNS 글에서 EU가 무역 협상에서 "매우 다루기 어려운 상대"라고 비판했다. 이보다 약 30분 전에는 애플과 최고경영자(CEO) 팀 쿡에게 해외에서 생산된 아이폰에 최소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팀 쿡에게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은 인도나 그 외 다른 곳이 아니라 미국에서 제조되어야 한다고 알렸다"라고 그는 트루스 소셜에 적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애플은 미국에 최소 25%의 관세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연속 게시글은 미국 내 제조업을 확대하고 백악관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무역 정책을 펴는 동맹국들을 압박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의 일환이다. 팀 쿡은 이번 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즉각적인 추가 논평을 하지 않았다. 애플과 EU 측도 논평을 거부했다. 애플 주가는 개장 초반 2.6%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 EU 수입품에 20% 관세를 부과했으나 협상 여지를 위해 90일간 중단했다. 현재 기본 10% 관세는 유지되고 있으며, 자동차 등 일부 EU 제품에는 더 높은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유럽 국가들을 무역 문제로 비판해왔으며, 금요일 아침 SNS 글에서 EU와의 무역 협상이 "전혀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6월 1일부터 50% 관세가 시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 EU 관계자들은 무역 현안 일부에 대해 문서 교환이 이뤄져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는 신중한 낙관론을 보였으나 양측 입장 차이가 크다고 인정했다.

EU는 부가가치세 문제 등 트럼프 대통령 요구사항에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으며, EU 경제 담당 장관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는 부가가치세 문제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번 주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돔브로프스키스 장관은 미국 측 무역 협상이 "세계 경제에 최적 이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하며 미국과의 합의 문구에서 유럽 동맹국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U 무역담당 집행위원 마로시 셰프코비치는 금요일 오전 11시 30분(동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장 제임슨 그리어와 통화를 가질 예정이었다. 이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 이전에 마련된 자리다.

캐나다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EU 측에 "공동 행동 문제"가 있다며 각국이 협상 우선순위가 달라 무역 협상 진전이 더딘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금요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EU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선의로 협상 중"이라며 다시 한번 유럽을 비판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최종 조립을 인도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비판하며 제조업을 미국 내로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 그는 팀 쿡 CEO를 "친구"라고 부르면서도 애플의 5,000억 달러 미국 투자 계획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명품기업 LVMH의 CEO 베르나르 아르노는 이번 주 유럽 의회 의원들에게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있어 보다 실용적이고 거래 중심적인 접근법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라며 "유럽이 미국과 합의에 이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고 아르노 CEO는 수요일 프랑스 상원의원 청문회에서 말했다.

아르노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1980년대 뉴욕 부동산 개발 시절에 처음 만났으며, 대립적 태도를 취하는 것을 경고했다.

"우리가 '이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하면 반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이후 애플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아이폰 대부분을 인도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도를 '원산지 국가'로 인정받아 낮은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금요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애플에 반도체 생산을 미국 내로 이전하도록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가 외부 생산, 특히 반도체 분야"라며 "애플 부품 중 많은 부분이 반도체에 해당한다. 애플이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술 전문가들은 아이폰 제조의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든 부품 생산과 조립을 미국 내에서 하는 것은 비용과 난이도가 크다고 평가한다. 아이폰은 세계 각국에서 고도로 복잡한 부품을 조달해 주로 중국에서 조립된다. 미국에는 중국처럼 대규모 생산 인프라가 없으며, 대량 조립이 가능한 숙련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애플 주가는 시장보다 약간 더 하락했으나, 25% 관세 부과가 확정됐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증권사 모펫 나타슨의 크레이그 모펫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이번 상황을 단순 협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일부 부품을 미국에서 더 생산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이폰 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