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4 08:34 AM

트럼프 대통령, EU에 50% 관세 위협...무역 협상 지연에 불만 폭발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6월 1일부터 유럽연합(EU)산 제품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무역 협상에 대한 경제팀의 깊은 좌절감이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EU가 미국 측 우려 사항들-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세금, 부가가치세, 자동차 규제, 반독점 제재금 등-에 대해 실질적인 양보를 하지 않고 협상도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특히 EU 각 회원국의 상이한 무역 우선순위가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은 최근 영국과의 협상에서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 약속을 끌어내며 무역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비해 EU는 중국 관련 대응에 있어 명확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이 같은 소극적 태도에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뉴욕항

(뉴욕항. 위키 )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세 부과 방침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며, 같은 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EU와의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과거부터 유럽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밝혀왔으며, NATO 방위비 문제부터 EU의 반독점 벌금을 "미국 기업에 대한 세금"으로 간주해 비난해왔다. 올해 초에는 "EU는 미국을 해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발언은 무역 협상이 최근 다소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EU 측 기대를 무너뜨렸다. 유럽 외교관들은 최근 교환된 문서를 통해 논의의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트럼프의 발언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에 따라 EU 통상담당 집행위원 마로시 셰프초비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및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과 긴급 통화를 가졌으며, 이후 "EU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전념하고 있지만, 위협이 아닌 상호 존중에 기반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U는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꺼리고 있으며, 중국은 여전히 유럽 수출 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U는 무역 정책 결정 과정에서 27개 회원국과의 협의를 거치는 등 다소 느린 절차를 취하고 있어, 신속한 거래를 선호하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도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EU 측에 협상 속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EU는 기존 부가가치세나 건강·디지털 관련 규제 변경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한 미국이 요구한 경제안보 및 비관세 장벽 관련 양보안에 대해 EU는 일부 협력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EU는 이미 약 210억 유로(약 2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승인해둔 상태이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최대 950억 유로 규모의 2차 보복 조치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강경 발언은 미-EU 간 무역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한편, 향후 글로벌 무역 질서에 또 다른 변수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