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5 01:20 PM
By 전재희
캘리포니아의 인구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그 중심에는 이민자들이 있다. 국내 이주로는 인구 감소를 막기 어렵고, 이민 없이는 오히려 인구가 줄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WSJ)가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2024년 캘리포니아 인구는 0.6% 증가해 39.43백만 명에 도달했다. 이는 거의 25만 명이 증가한 수치로, 대부분은 팬데믹 이후 회복된 이민 덕분이다. 미국 인구조사국 추산에 따르면 2024년 순이민자 수는 30만 명을 넘었으며, 이는 팬데믹 기간 최저치였던 4만4천 명에서 크게 반등한 것이다.
실리콘밸리 CTO, 뉴델리에서 도착 직후 회의 참석
캘리포니아 메넬로파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AI Squared는 최근 인도 출신 최고기술책임자(CTO) 나겐드라 다나키르티를 O-1A 비자를 통해 미국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16시간 비행 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두 시간 만에 첫 고객 회의에 참석했다.
"그를 데려오기 위해 많은 돈을 들였어요. 당연히 투자 수익을 기대하죠,"라고 CEO 대런 키무라는 농담처럼 말했다.
AI Squared는 CTO를 인도 방갈로르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전시키기 위해 약 3만 달러를 들였고, 6개월간 비자 수속을 밟았다. 그는 비자 발급 전 미국 영사관에서 "당신이 왜 뛰어난 인재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자신이 창업한 기술 회사가 AI Squared에 인수된 과정과 글로벌 팀 리더 경험 등을 어필해 통과했다.
그와 아내 신두자 라비찬드란 역시 비자를 승인받아 5월 16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통과했다. 그는 "비행 내내 긴장됐지만, 세관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니 실감이 났다"며 웃었다.
이민 없었다면, 인구 감소 불가피
캘리포니아 재무부 대변인 H.D. 팔머는 "사람들이 캘리포니아가 쇠퇴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우리는 살아남는 데 아주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성장세는 불안정하다. 이민이 없다면 최근 몇 년간 인구는 큰 폭으로 줄었을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서 외국 출신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주다. 2023년 기준,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이 외국 출신이며, 이 중 83%가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다.
기술 인력 부족, 이민 의존 불가피
캘리포니아는 오랜 시간 외국 인재에 의존해 왔다. 1990년대 애플은 미국 내 엔지니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에서 인재를 영입하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2024년에는 약 7만9천 명의 전문직 근로자들이 H-1B 비자를 통해 캘리포니아에 유입됐다. H-1B는 기술 인재 유입을 위한 핵심 제도로,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지도자들은 이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자 수요는 줄고 있다. 높은 수수료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 탓이다. 2024년에는 H-1B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약 25% 감소했다.
이민으로 성장한 주는 캘리포니아뿐 아니다
이민에 의존해 인구 성장을 이룬 주는 캘리포니아만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16개 주는 이민 없이는 인구가 줄었을 것이다. 특히 캔자스주는 농업 및 육가공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이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장점은 여전히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보다 많다는 점이다. 최근 1년간 약 11만 명의 출생 초과가 발생했는데, 이는 미국 내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주들보다 확실한 성장 기반으로 작용한다.
AI 스타트업, 이민자들로 가득
AI Squared는 유리 외벽의 현대적인 2층 사무실을 둔 회사로, 직원 대부분이 이민자 출신이다. CTO 다나키르티가 도착하자, 동료들은 "이제 같은 시간대에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반겼다. 회사의 재무담당 마이 화우 역시 베트남 출신 이민자였다.
입국 초기 다나키르티 부부는 지인의 집에 머물며 거주지와 자녀 교육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인은 조만간 인도로 돌아갔다가 향후 가족이 함께 정착할 수 있도록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여기 오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벌써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라고 그녀는 소파에 기대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