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3 07:27 AM
By 전재희
트럼프에 평화 의지 보이려는 가운데, 이스탄불 회담은 1시간도 못 가 종료...전쟁 종식은 아직 요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의 군용 공항들을 드론으로 타격한 사건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이 전쟁이 더욱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양측은 전쟁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미국이 중재하는 평화 협정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요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폭격기를 타격한 대담한 공격 이후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제안에 따라 이스탄불에서 2차 회담을 가졌지만, 회담은 1시간도 안 되어 종료됐다. 양측은 포로 교환에만 합의했을 뿐, 전쟁의 불길은 꺼지지 않고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핵심 요점]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는 민간지역을 포함해 대규모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감행해 다수의 민간인을 사망 또는 부상케 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이어졌고, 올여름 예정된 반격 작전을 앞두고 러시아의 공습도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상전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고, 미국의 군사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드론 생산과 공습에 집중하고 있다. 일요일 공격으로 러시아의 군용기 40여 대가 파괴되거나 손상됐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14대 이상의 폭격기가 타격받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러시아 공군에 큰 타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보다 깊이 평화 협상에 개입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손을 뗄지를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푸틴 대통령에게 2주 안에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다르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철수 위협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윌리엄 테일러는 "미국이 손을 떼면 전쟁은 더 길어진다. 이는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트럼프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나 대규모 무기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백악관에서의 실패한 회담 이후 트럼프와의 긴장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평화 의지를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과도한 요구는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일요일 대국민 연설에서 "전쟁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것은 러시아였다. 전 세계가 살육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실로 되돌려놓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푸틴을 달래기 위한 유화책(영토 양보 등)을 제시하는 외에 뚜렷한 전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에 일부 미사일 사용 제한을 조건으로 무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트럼프는 군사 및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트럼프, 푸틴, 젤렌스키 4자 회담을 제안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측은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국제적 압박이 없는 가운데 전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민간 분석단체 '딥스테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동부 전선 전투는 올해 들어 가장 치열했으며, 러시아는 쿠르스크 지역을 포함해 약 170㎢를 점령한 상태다. 현재 가장 격전지는 수미(Sumy)와 포크로프스크(Pokrovsk)이며, 러시아의 전면 진격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처음부터 전쟁 종식을 공언했지만, 최근엔 이를 "풍자적 표현"이라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지난 3월,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월츠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측과 회담을 갖고, 러시아와의 협상을 위한 30일 간의 정전 협정을 끌어냈다. 그러나 러시아는 '분쟁의 근본 원인' 해결을 주장하며 이를 거부했다. 여기엔 우크라이나의 서방 원조 수령 금지, 주권 축소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 의회는 대응에 나섰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과 리처드 블루멘설 상원의원(민주, 코네티컷)은 다음 주 러시아 에너지·우라늄을 구매하는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고 트럼프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이는 EU의 새로운 제재 조치와 병행될 전망이다.
이번 월요일 회담은 인도주의적 이슈에서는 일부 진전을 보였으나, 정전과 관련된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5월 16일 회담 이후 약속했던 평화 조건 관련 제안서를 월요일 회담장에서 처음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이 제시한 조건은 기존의 강경한 입장과 큰 차이가 없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는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할 의지를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공격적 방어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 헤오르히 티히는 "만약 러시아가 정전에 합의했다면, 지금쯤 그 전투기들은 그대로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