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0 07:34 AM
By 전재희
이민 단속을 둘러싼 로스앤젤레스 시위가 격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주 방위군과 해병대 투입은 그의 단호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일부에서는 권한을 넘어선 과잉 대응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를 이용해 범죄에 강경한 입장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무질서의 정당'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월요일, "민주당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무법(lawlessness)'이다"라는 문구를 SNS에 올렸다.

한편,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휘트 에어스는 "시위대가 멕시코 국기를 들고 불타는 차량 옆을 지나가는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치적 장면"이라며 "이번 사태는 트럼프가 즐기는 싸움"이라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는 반발, 법적 대응 예고
캘리포니아 주는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와 주 법무장관 롭 본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정부의 동의 없이 방위군을 연방 지휘하에 배치한 것은 위헌적이라며 연방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정당과 무관하게, 우리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이번 조치는 권위주의로 향하는 명백한 조짐"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명의 주 방위군을 주말 동안 LA에 배치한 데 이어 월요일에는 연방 재산과 인력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해병대 700명과 추가 방위군 2,000명을 투입하도록 승인했다. 백악관은 시위 현장을 "폭동"과 "내란"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정당화했다.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관심 전환 효과
이번 방위군 투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겪은 정치적 위기에서 주의를 돌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일론 머스크와의 공개 결별, 복지예산 삭감 논란 등으로 정치적 압박을 받던 가운데, 시위 대응을 통해 다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 척 로차는 "트럼프는 보험과 메디케이드 삭감 논란에서 벗어나 이민 문제를 언급할 때 정치적으로 더 유리하다"며 "불타는 차 위에서 멕시코 국기를 흔드는 시위대를 보여주는 것이 그의 선거 전략에 맞는다"고 지적했다.
대중 지지 얻는 '불법체류자 중 범죄자 추방' 정책
여론조사에 따르면, 범죄 전력이 없는 장기 체류 불법이민자의 추방에는 반대하는 의견이 많지만, 범죄자 추방에는 높은 지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의 불법이민 단속 정책 전반은 여전히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정치적 효과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행정 권한의 남용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린든 존슨 대통령이 흑인 시민권 운동 시절, 주 방위군을 연방 지휘하에 두었던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럼프, 시위 진압에 군대 투입... 과거에도 비슷한 행보
트럼프는 이미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전국적인 시위가 확산되자 군 투입을 언급한 바 있으며, 당시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가 이를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월요일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방위군에게) 침을 뱉으면, 우리는 반격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며 강경한 자세를 고수했다. 이어 뉴섬 주지사를 '최악의 주지사'라고 비난하며 체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또한 이민 집행을 방해하는 모든 이들을 '선동가' 또는 '내란 선동자'라고 지칭하고, 이들을 구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모두 지지층 결집 전략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양측 모두에게 지지층 결집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공화당 전략가 롭 스투츠먼은 "분열된 국가에서 양측 모두 지지층을 향해 영웅처럼 행동할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휘트 에어스는 "불법체류자 중 범죄 전력이 없는 이들에 대한 추방은 여론의 반대가 크다"며, 행정부가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위에 대응하는 태도, 선별적이라는 비판도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대응에 있어 선택적으로 법과 질서를 강조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는 올해 취임 직후, 1월 6일 의사당 폭동과 관련된 1,500명 가운데 대부분을 사면했으며, 이로 인해 일부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트럼프는 2020년 위스콘신주 케노샤 시위 당시에도 현지 정치인의 방문 자제 요청을 무시하고 직접 방문해, "국내 테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찰을 지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