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1 08:01 AM

미국 5월 소비자물가 2.4% 상승... 관세 영향 우려에도 시장 예상치 부합

By 전재희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4%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은 시장의 우려를 빗겨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11일 발표를 통해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4월의 2.3% 상승보다 소폭 오른 수치이며,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경제학자들의 전망치와 일치한다.

에너지·식품 제외한 근원 물가는 2.8% 상승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2.8% 상승해, 예상치인 2.9%를 밑돌았다. 이는 인플레이션의 기조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는 지표로,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소비자 물가지수. 자료화면)

전월 대비 상승률도 시장 예상을 하회했다. 5월 CPI는 계절조정 기준으로 전달보다 0.1% 상승했으며, 이는 0.2% 상승을 예상한 시장 전망을 밑도는 결과다. 근원 물가의 월간 상승률 역시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에서는 개장 전 다우지수와 S&P 500이 소폭 상승했으나, 개장 직후에는 보합세를 보였다.

관세 충격 우려 완화... 유예 기한은 8월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는 지난달 미·중 양국이 90일간의 무역 휴전에 합의하면서 다소 완화된 상태다. 그러나 이번 합의의 유효 기간은 8월까지로,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소비자 심리지수는 5월에 하락세를 멈추고 안정세를 보였으나, 1952년 이래 최저 수준 중 하나에 머물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향후 1년간 물가가 6.6%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는 지난달보다 상승한 수치이자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다.

반면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실시한 다른 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의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전월보다 다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월에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 수준 관세가 일부 철회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업 재고 소진 후 관세 효과 본격 반영될 것"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올해 초 대거 확보해 놓은 재고 덕분에 현재까지는 소비자 가격 인상이 억제되어 왔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러한 재고가 소진되는 하반기에는 관세 부담이 소비자 물가에 본격 반영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방향성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난달 연방무역법원이 새로운 관세 상당수를 무효 판결했지만, 항소심에서 잠정적으로 효력을 보류한 상태다. 트럼프는 유럽연합(EU)에 대해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경고했다가, 시행을 7월 9일까지 유예한 바 있다.

또한 이달 초에는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를 두 배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미국 노동자들을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OECD, 미국 성장률·인플레 전망 모두 하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에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보복 관세 우려, 이민 둔화, 정책 불확실성 등을 반영한 결과다.

또한 OECD는 연말까지 미 연준(Fed)이 선호하는 물가지표가 3.9%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트럼프가 압박 중인 금리 인하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