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2 07:58 AM
By 전재희
로스앤젤레스에 연방군 투입을 추진 중인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막으려는 개빈 뉴스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간의 충돌이 12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본격적인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로스앤젤레스 내 불법 체류자 단속과 관련한 시위 격화를 이유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과 해병대 일부를 동원해 연방 질서 유지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스섬 주지사는 연방정부의 군 투입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를 저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충돌은 연방정부의 군사력 행사와 주 정부의 자치권 간 갈등이라는 미국 건국 이래 근본적인 헌법적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미 헌법은 상비군의 권한 남용을 경계하며, 주 방위군은 평시에는 각 주지사의 통제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 사건은 법적 선례가 거의 없는 '초유의 상황'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법적으로도 이례적인 사례다. 에모리 대학교 법학 교수이자 전직 해군 장교인 마크 네빗 교수는 "이번 소송은 거의 선례가 없는 '처음 보는 사건'(case of first impression)"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로 삼은 1908년 민병대법(Militia Act)은 실질적으로 거의 활용되지 않았던 법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은 외국의 침공, 정부에 대한 반란, 또는 연방 법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주 방위군을 연방군으로 소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법이 적용된 사례는 1970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우편 노동자 파업 당시 우편 배달을 위해 방위군을 연방 소속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캘리포니아, "폭동·반란 아냐...현지에서 충분히 통제 가능"
뉴스섬 주지사는 법원 제출 서류에서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대부분 평화적이며, 폭력이나 파괴 행위는 주 및 지방 경찰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연방군 투입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시위 현장이 폭력적 과격 시위자들로 인해 현지 경찰력만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연방 법 집행이 방해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7일 피트 헥세스 국방장관에게 4,000명 규모의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을 연방 명령 하에 두도록 지시했다.
핵심 쟁점: 대통령의 명령이 '주지사를 거쳤는가'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될 부분은 단순히 시위 상황 해석을 넘어서 기술적인 법률 해석에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해당 법률에는 대통령이 방위군을 연방군 소속으로 전환하려면 "각 주지사를 통해 명령을 전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뉴스섬 주지사는 대통령의 명령이 자신의 승인이나 개입 없이 직접 방위군 지휘관에게 전달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절차상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주지사를 거치는 조항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며, 대통령의 군 통수권을 제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주지사는 단지 명령 전달자일 뿐, 방위군 연방화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연방 정부 시설 보호 시, 대통령은 주지사 승인 없이 병력 투입 가능
한편, 연방 법상 대통령은 연방 건물이나 연방 공무원을 보호하는 목적에 한해서는 주지사의 승인 없이도 연방 병력(방위군 포함)을 투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투입된 군 병력이 연방 청사나 이민세관단속국(ICE) 같은 시설 보호 임무에 국한되어 있다면,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캘리포니아 주는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며, "연방 병력이 연방 자산과 인력을 보호하는 목적이라면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군 병력이 시위 진압이나 일반적인 법 집행에 관여할 경우, 1878년 제정된 '포시 코미타투스법(Posse Comitatus Act)' 위반 소지가 발생한다.
트럼프, 아직은 '폭동법' 미발동...그러나 가능성 열어둬
이번 사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군 투입의 법적 기반으로 '폭동법(Insurrection Act)'을 아직은 발동하지 않은 상태다. 해당 법은 대통령이 주지사의 동의 없이도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 흑인 학생의 앨라배마 대학 입학을 저지하려는 주지사를 제압하기 위해 사용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 법을 발동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기자들에게 "반란이 일어난다면 분명히 (폭동법을) 발동할 것"이라며, 일부 지역은 실제로 "반란(insurrection)이라 불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판결, 연방과 주 정부의 권한 경계를 다시 그릴 분수령 될까
이번 법원의 판단은 단순한 방위군 파견 여부를 넘어,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 권한 분배에 대한 현대 미국 정치 질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치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현재,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