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4 06:15 AM
By 전재희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퍼레이드가 6월 15일(토) 워싱턴 D.C.에서 열렸다. 1991년 걸프전 승리 이후 30년 만에 펼쳐지는 본격적인 군 퍼레이드다. 이날 행사에는 에이브럼스 전차, 브래들리 전투차량,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 전통적인 지상 장비를 비롯해 드론, 위성장비, 야간투시장치 등 현대전 양상을 반영한 장비도 전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퍼레이드는 미군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국민의 희생과 봉사에 감사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군은 외세를 물리치고, 폭군을 무너뜨리며, 지옥의 문까지 쫓아가 테러리스트를 소탕해왔다"고 연설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과 전직 국방 관계자들은 이번 퍼레이드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퍼레이드가 열린 6월 14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일이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군의 기념 행사가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이미지와 결합되어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군의 도전: 기술 변화와 병력 충원
이번 퍼레이드는 전통적인 무력 시위를 넘어서, 미군이 직면한 변화와 도전도 함께 조명됐다. 최근 전쟁 양상은 값비싼 전차나 전투기보다는 저비용 드론과 사이버 기술이 판세를 좌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에서 확인된 사례는, 군사력의 본질적 전환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미 육군은 AI 기반 지휘 체계, 3D 프린팅 제조기술 등을 전면에 도입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인적 자원 측면에서도 과제가 있다. 미 육군은 최근 몇 년간 목표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다른 제도보다 높지만, 지난 25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비만, 약물 사용, 학업 성적 등으로 인해 전체 청년층 중 71%가 입대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일정 수준 회복세도 보이고 있다. 신체능력이나 학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사전 훈련 프로그램, 그리고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말기 시행된 병사 급여 인상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군 퍼레이드는 전통적으로 비정치적 행사로 여겨져 왔으며, 이는 미군이 헌법과 국가에 충성하는 기관으로 존중받는 근거가 되어왔다. 하지만 최근의 국내 정치 환경 속에서 이 전통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마린스와 주방위군을 로스앤젤레스에 배치한 것은 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퍼레이드 당일 전국적으로는 수백 건의 시위가 예정되어 있으며, 일부 단체는 "군대를 이용한 개인 숭배를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내걸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군 내부의 다양성 정책이나 '각성(woke)' 문화가 군의 전투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하며, 이번 퍼레이드를 통해 군의 본연의 사명에 초점을 맞추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방 전문가 코리 셰이크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군 입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군과의 접점"이라며, "이번 퍼레이드가 군을 국민에게 더 가깝게 소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 정부는 다양성 정책을 축소하고, 체력 및 전투력 중심의 기준으로 전환 중이다.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미군의 구성원 중 절반 가까이가 소수인종이며, 15%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충원과 사회 통합 차원에서 재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퍼레이드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미국 군대의 정체성과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사회는 이제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미래 전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