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4 06:20 AM
By 전재희
2020년 BLM 시위의 반향 여전... 지도부, 반이민 시위가 역풍될까 경계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반이민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정치적 파급 효과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No Kings(왕은 없다)'라는 구호 아래 조직된 이번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과 군대 동원에 반대하며, 주말에는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집회가 예고되어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강경 이민 단속과 연방군 동원 조치에 비판적이지만, 법과 질서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지나친 지지 표명이 자칫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의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가 일부 지역에서 폭력 사태로 번지며 공화당의 반격 명분이 되었던 기억이 당 지도부에 뚜렷이 남아 있다.

중도좌파 싱크탱크 '서드웨이'의 공동설립자 맷 베넷은 "이번 시위는 트럼프에게도, 민주당에게도 정치적 위험이 따른다. 트럼프는 늘 과하게 반응하고, 시위 역시 이미 어느 정도는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해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이후 LA 내 홈디포 매장 등에서 단속이 이뤄졌고, 이에 반발한 시민 시위가 격화되었다. 특히 목요일에는 알렉스 파디야 연방 상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이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의 기자회견장에서 항의하다가 강제로 제지당하고 수갑이 채워지는 장면이 촬영돼 민주당 내에서 분노를 자아냈다.
오는 토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주도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No Kings 연합 시위도 전국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약 100개의 진보단체가 연대한 해당 연합은 300건이 넘는 시위 행사를 등록했다고 밝혔다.
전미라틴계시민연맹(LULAC)의 후안 프로아뇨 대표는 "이번 주말 시위가 전국적으로 결집될 것"이라며, 파디야 의원에 대한 대우와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이 반발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거리를 방화한 것은 Waymo 차량 하나만 손상시킨 게 아니라, 전체 저항 운동의 정당성에도 손상을 입혔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벤 오스틴 전 LA 부시장(민주당)은 "정치적 계산 이전에, 우리는 권위주의적 조치에 맞서야 하는 역사적 순간에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 단체 인디비저블의 대변인 에밀리 펠프스는 "권위주의에 맞선 대규모 평화 시위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 수단"이라며, 이번 주말 집회에 다양한 이념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공화당 측은 민주당이 시위에 연대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 에린 맥과이어는 "미국 유권자들은 이민법 집행을 원한다. 파디야 의원 사건도 정치적 연출로 비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사적으로, 이민 단속의 광범위함이 커뮤니티 내 노동자와 가족까지 타격할 수 있어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농장주와 호텔업계에서 수년간 일해 온 근로자들이 단속으로 떠나는 일이 빈번하다"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치 전략 단체 '웨이 투 윈(Way to Win)'의 대표 토리 가비토는 "이민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결국 공화당에게 내러티브를 내주는 꼴"이라며, 민주당이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단체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비범죄자 대상 단속, 교회나 병원 등에서의 단속, 단순 의심만으로의 신분 검문 등에 대한 반감은 높았고, 이에 따라 트럼프의 이민정책 지지율은 10%포인트 하락했다.
네브래스카 오마하에 거주하는 간호사 스테이시 화이트는 지난해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지만 최근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는 요원들을 본 뒤 처음으로 시위에 참여했다"며 "이번 시위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