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07:41 AM

가자전 여론 악화 속 유럽, 이란과의 대결에서 이스라엘에 외교적 지지

By 전재희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럽 각국은 이란과의 무력 충돌 국면에서 이스라엘에 외교적 여지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지는 엄격한 조건과 우려 속에 이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분석 보도했다.

WSJ에 따르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점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며,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오랜 우방인 독일마저도 가자 전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데에는 유럽 전체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란은 수십 년간 중동의 불안정 요인이었고, 유럽 내 반체제 인사를 암살한 전력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 전력도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페이스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번 주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유럽연합,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은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갖는다"**고 명시하며, 이란의 핵무장 반대 입장을 공동 성명에 담았다. 성명은 이란을 '지역 불안정과 테러의 주요 근원'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세적 행보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유럽 각국은 미국 측에 이스라엘에 대해 자제를 촉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무력 충돌이 더 큰 지역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가자 전쟁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고 있어 유럽 각국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금요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미국과 협력해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선언하고 제재 재개를 통해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준비 중이었다.

유럽연합 외무장관들은 17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열고 사태 진정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인 카야 칼라스는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며 "지금은 긴급히 상황을 진정시켜야 한다. EU는 외교적 해결을 위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RUSI(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부르주 외젤리크는 "이란 핵시설을 약화시키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유럽 입장에서 마냥 불편한 일만은 아니다"라며 "가자 전쟁에 비해 이란 문제에서는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유럽국가가 훨씬 많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녀는 "이스라엘이 지나치게 강경하게 나설 경우 유럽의 지지도 급격히 식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이 특히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첫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유가를 폭등시키는 경우, 둘째, 이란 민간인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폭격하는 경우, 셋째, 정권 교체 시도로 인해 이란 내 부족 간 내전이 촉발될 가능성 등이다.

유럽과 미국 모두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실제로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과거 NPT를 탈퇴하고 국제 사찰단을 추방한 뒤 은밀히 핵무기를 개발한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지하 핵농축시설인 포르도( Fordow) 시설은 여전히 무사한 상태라고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밝혔다. 이 시설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에 한정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프랑스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뉴욕에서 공동 주최하려던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관련 유엔 회의가 보안상 이유로 연기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2국가 해법을 향한 결심은 변함이 없다"며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 팔레스타인에 대한 폭력을 조장한 혐의로 이스라엘 장관 2명에 대해 제재를 가했고,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출 일부를 금지했다.

가자전 관련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파리 에어쇼에서 이스라엘 기업 부스를 5개 폐쇄했다. 이들 부스가 가자전으로 인해 프랑스 내 전시 금지된 '공격용 무기'를 철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를 "추악하고 부적절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군사적·외교적으로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유럽까지 등을 돌릴 경우 국제 사회에서의 고립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